농협금융, 연속 시재금 횡령…'금융사고 제로화' 공허한 선언되나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5.27 11:10 / 수정: 2025.05.27 11:17
주요 자회사인 농협은행서 또 횡령사고…금융사고 과제 여전
책무구조도 도입에도 '금융사고 제로화' 사실상 어렵다는 우려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사진)이 지속적으로 임직원들에 조직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으나 농협금융 주요 자회사인 NH농협은행에서 시재금 횡령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농협금융지주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사진)이 지속적으로 임직원들에 조직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으나 농협금융 주요 자회사인 NH농협은행에서 시재금 횡령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농협금융지주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농협금융 주요 자회사인 NH농협은행에서 최근 시재금 횡령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가운데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지난 3월 직접 시재금 검사를 실시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조했음에도 금융사고는 여전히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이 임직원들에 '금융사고 제로화'를 강조하고 나섰으나 많은 제도적, 인식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자체 검사를 통해 최근 경기 의왕시의 한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20대 신입 행원 A씨가 시재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3회에 걸쳐 2565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이달 다른 영업점에 근무하는 신입 행원 B씨가 약 200만원 규모의 시재금을 가로챈 사실도 적발했다.

시재금은 시중은행이 고객의 예금을 대출하고 남겨놓은 현금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농협은행은 "두 사건을 인지한 직후 해당 직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단행했으며, 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의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에서도 649억원 규모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농협중앙회가 관리하는 농협조합에서는 1083억원의 부당대출이 실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3월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서울 중구 소재 광화문금융센터를 방문해 시재금 검사를 직접 실시하고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융사고 예방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행장이 직접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피력했음에도 금융사고를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농협은행의 시재금 횡령 사고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인 '책무구조도' 제도의 정식 시행 기간과 맞물린다. 책무구조도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금융사 임원에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를 말한다. 지난해 7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1월 초 책무구조도가 은행과 금융지주에 정식으로 도입됐다.

책무구조도 제도 시행 이후 영업본부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할 시 업무 담당자뿐만 아니라 부서를 총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나아가 해당 은행장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강 행장이 책무구조도 제도의 적용을 받아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으나 금융권 1호 사례가 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제재 기준과 처벌 여부를 놓고 고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농협금융 주요 자회사인 NH농협은행에서 최근 시재금 횡령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농협금융 주요 자회사인 NH농협은행에서 최근 시재금 횡령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농협금융 주요 자회사인 NH농협은행에서 시재금 횡령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특히 농업 농촌 지원이라는 설립 취지로 설립된 농협은행은 지난해 기준 1102곳이 운영 중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에도 영업점 통폐합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에 따른 횡령,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은행 등 지주 자회사로 이어지는 특수한 지배구조에 따른 내부통제 사각지대 최소화도 과제로 꼽힌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금융지주 최초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설치하고 내부통제협의회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금융사고가 다수 발생한 농협은행에서는 '디지털 내부통제 고도화 및 내부통제 취약점 전면 재정비를 통한 금융사고 제로(Zero)화'를 추진 중이다.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고객 신뢰를 위한 금융사고 제로화 초석 다지기 목표 제시 후 계속해서 임직원들에 조직의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내부통제협의회를 열고 "내부통제 실패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 책임경영을 확립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4월에도 임직원에게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보내 "고객의 신뢰 없이 금융회사의 미래는 없다"며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실천한다면 더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농협금융은 윤리·준법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매주 1회 교육시스템을 통해 금융사고 유형별 사례, 책무구조도, 농협금융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교육하고 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NH윤리경영 자가진단, 참여형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농협금융 기업문화 변화를 유도할 예정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 전 계열사는 올해 중점 추진과제를 내부통제 강화로 설정하고, 금융소비자로 부터의 신뢰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임원의 책임경영 강화 및 부당지시, 은폐사고 적발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점검반 신설 및 주요 자회사 내부통제 점검 확대 등 임직원 경각심 제고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회장이 임직원들에 '금융사고 제로화'를 강조하고 나섰으나 많은 제도적, 인식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재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제도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속적인 내부통제에도 불구하고 금융사고 제로까지는 많은 제도적, 인식적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들 각각이 금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도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시스템적 보완을 통해 내부통제를 촘촘히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금융사고는 대부분이 시스템 허점을 노린 개개인의 일탈로 인해 일어나고 있다"며 "최근 농협은행 뿐만 아니라 은행권 전반적으로 내부통제 강화 및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제도 정착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금융권의 금융사고 제로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라는 고객 자금을 관리하는 회사의 특수성을 감안해서라도 시스템 강화뿐만 아니라 더 강한 내부통제 및 준법의식의 고취가 가장 필요하며 지속돼야 한다"며 "횡령, 배임 등 고의에 의한 사고에 대해서는 현재 보다 훨씬 강한 정도의 형사처벌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seonyeo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