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스며든 '참이슬' 비결은?…김인규 대표 "철저한 현지화 전략" [TF현장]
  • 문은혜 기자
  • 입력: 2025.05.27 08:30 / 수정: 2025.05.27 08:34
필리핀 법인 설립 후 유통망 다각화에 주력
주 소비층 한인에서 현지인으로 전환
필리핀 교두보 삼아 아시아 전역으로 진출 목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현지화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문은혜 기자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현지화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문은혜 기자

[더팩트 | 문은혜 기자]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에서 '술'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하이트진로가 K-소주 대표주자 '진로(참이슬)'로 동남아 공략에 나섰다. 성장 한계에 부딪힌 국내를 넘어 '반드시 가야 할 곳은 글로벌'이라는 일념으로 시장을 확대 중인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을 전략적 교두보로 점찍고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비전인 '진로(JINRO)의 대중화' 방향성을 제시했다. 법인을 설립한지 7년차인 올해 필리핀 소주 수출 점유율 1위 자리를 공고히 다진 하이트진로는 현지에서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 전역에 '진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필리핀은 '진로의 대중화'가 가장 모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시장"이라며 "현지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전략으로 '진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필리핀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다. 약 1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필리핀은 지난해 기준 5.6%의 GDP 성장률을 기록, 안정적인 내수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중산층의 성장과 가처분 소득 증가에 힘입어 주류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1인당 알코올 소비량도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 2024년 기준 아시아 지역에서 1인당 알코올 소비량 8위를 기록했다. 더운 나라 특성상 시원한 맥주 소비가 여전히 많지만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입 주류, 프리미엄 제품, RTD(Ready To Drink) 등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9년 7월 '하이트진로 필리핀(Hitejinro Philippines)' 법인을 설립해 현지에서 소주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김 대표는 "필리핀에서 소주는 더이상 한국 음식점에만 찾을 수 있는 술이 아니다"라며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이고 카페, 음식점에서 '참이슬', '진로'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필리핀으로 수출하는 소주의 절반 이상은 하이트진로 제품이다. 관세청이 조사한 지난해 필리핀 소주 수출 총액과 하이트진로의 자체 수출 실적을 비교한 결과 하이트진로는 약 67%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필리핀 마닐라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문은혜 기자
필리핀 마닐라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문은혜 기자

이같은 성과의 바탕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한인 소비층에 의존하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유통사들과 제휴를 통해 필리핀 전역으로 유통망을 확대했다. 현지 최대 유통사인 PWS(Premier Wine&Spirits, Inc.)와 SM그룹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 위치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Membership Shopping), 전국 약 4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세븐일레븐 등에 입점한 상황이다.

이처럼 다양한 판매 채널을 통해 시장을 공략한 결과 지금은 한인보다 더 많은 현지인들이 진로 소주를 찾는다.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약 8만8000명이던 필리핀 내 재외 동포 수는 2023년 약 3만4000명으로 약 6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약 3.5배 증가했으며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약 41.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근 현지 교민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주 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숫자"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필리핀 소비자의 기호와 문화에 기반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특히 현지 음식과의 페어링 콘텐츠 개발, K-팝 콘서트 후원, 디지털 마케팅 등을 확대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친밀도를 동시에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동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장은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성숙한 주류 시장 중 하나로 하이트진로의 다양한 글로벌 전략을 실행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필리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필리핀 법인이 전 세계 '진로의 대중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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