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오는 6월 말부터 민간이 짓는 아파트에도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이 의무화된다. 주택시장에서는 제도의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1000㎡ 이상 민간 건축물과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5등급 수준 설계를 내달 30일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을 의미한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는 건축자재, 기계·설비, 신·재생에너지 및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적용 등으로 해당 건축물이 에너지 효율화 관점에서 건축됐는지 여부를 종합 평가하는 제도다.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등급(100% 이상)부터 5등급(20% 이상)까지 인증을 부여한다.
이 제도는 건물부문 에너지 소비구조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등을 목표로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적정한 성능평가를 위해 2017년 1월 20일부터 시행됐고, 2023년부터 공공 건축물에 의무화됐다. 당초 지난해 1월부터 민간 아파트도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할 예정이었으나, 건설경기 위축을 고려해 1년 6개월 유예됐다.
건설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엡스코어·스탠다드에너지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본사 사옥에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을 설치해 시범 운영 중이다. 또 여기서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 기반의 에너지저장장치(VIB ESS)'도 함께 적용했다. 이 배터리는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해 화재 위험이 낮고 수명이 길고 높은 충전효율도 갖췄다.
GS건설은 최근 자체 개발한 '에너지 절약형 조명'을 자사 아파트 브랜드 자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초고효율 LED와 IoT기반의 스마트 제어 기능을 탑재한 조명 시스템으로, 기존 대비 30~50% 수준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실질적인 전기료 절감과 탄소 배출 감소에도 효과적이다.
각종 기술개발에도 다음 달 말부터 인증제가 의무화되면 공사비 인상과 분양과 상승은 불가피하다. 고성능 단열재와 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 민간 공동주택이 ZEB 5등급 수준을 충족하려면 공사비가 세대당 약 130만원(평당 5.1만원, 25층·개별난방·84㎡ 세대 기준)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세대당 공사비가 최소 293만원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정부 예상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미 분양가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수년째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575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1.28% 상승했다. 서울은 1376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16.94%나 올랐다. 여기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까지 더해지면 주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가 더 오르면 주택 수요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효율이 높아지며 주택 수요자들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해 말 관련 보고서를 통해 "ZEB가 확산되면 규모의 경제로 중장기 추가 공사비는 하락할 전망"이라며 "중장기 측면에서 ZEB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늘어나는 전기수요를 자체 생산한 전기로 충당할 경우 비용절감 효과가 가중될 것이므로 주택 수요자의 체감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