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철강·이차전지소재 사업 등 양대 사업에 승부수를 띄웠다. 경쟁사인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설립에 동참하기로 했으며, 포스코퓨처엠은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면서 미국 현지 경쟁 심화가 불가피해졌다. 유상증자는 공시를 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제철이 141억달러(약 19조2648억원)를 US스틸 인수에 쓰고, 140억달러(19조1254억원)를 별도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면 글로벌 2~3위권 회사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글로벌 조강 생산량 기준 일본제철은 4위, US스틸은 24위다. US스틸은 미국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만든 카네기스틸을 모태로 해 미국 산업화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아 왔다.
미국철강노동조합(USW)은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부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초 인수를 반대했으나, 결국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관세 정책 천명 이후 대규모 투자를 이뤄냈다는 명분을 얻었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국내 업체에 다소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총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는 계열사 현대제철이 8조5000억원을 투자해 루이지애나에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설립하는 내용도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분 투자 방식으로 현대제철 전기로 일관 제철소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 안팎에서는 최정우 전 회장에 이어 그룹을 이끌게 된 장인화 회장이 불황으로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 상황에서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1분기 경영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통상 변화가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국내에서 가장 큰 철강사 두 곳이 협력하면 투자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로 미국 철강 시장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일본제철도 고부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 강판 등에서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의 행보를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의 또 다른 승부수인 이차전지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 대규모 유상증자도 부담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13일 1조1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는 유상증자에 5256억원 규모로 참여하며 뒷배가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포스코퓨처엠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와 내용이 불분명해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키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앞서 유상증자를 단행한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들이 소통이 부족했다는 평가 등을 받은 것과 달리 포스코퓨처엠은 포스코홀딩스가 뒷배 역할을 하기에, 유상증자에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현실은 타 기업들 같은 문제가 재현됐다.
포스코퓨처엠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캐나다에 짓는 양극재 공장에 투입하고, 국내에는 포항과 광양 양극재 공장 증설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증권신고서에 구체성을 강화해 정정신고서를 금감원에 낼 전망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금감원의 요청 사항에 면밀히 검토하고 준비해 성실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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