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한다. 대출 규제를 수도권은 강화하고, 비수도권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은 발등에 불이 붙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해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규제 시행 전 '막차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과 공급 부족 우려가 규제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금융당국이 지난 20일 발표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방안'의 핵심은 수도권·비수도권 간 대출 금리 차등 적용이다. 수도권은 가산금리가 1.2%포인트(p)에서 1.5%p로 오른다. 반면 비수도권은 기존 가산금리 0.75%를 6개월간 유예한다. 이는 침체된 지방 부동산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금리에 일정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제도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 따르면 연 소득 5000만원 차주가 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연 4.2% 금리 조건으로 수도권에서 주담대를 받으면 변동형은 2단계에서 한도가 3억원이지만, 3단계에서는 2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3%) 줄어든다. 5년간 금리가 고정된 뒤,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은 한도가 1700만원(5%) 줄어 한도 감소폭이 더 커진다. 5년마다 금리가 바뀌는 주기형도 3%만큼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같은 조건으로 연 소득 1억원 차주는 각각 1900만원(변동형)·3300만원(혼합형)·1800만원(주기형)으로 줄어든다.
◆ "가계대출 급증 막아라"…고삐 죄는 금융당국
신용대출은 잔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한다. 연 소득 1억원 차주가 5년 만기·만기일시상환·5.5%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으면 변동형·만기 3년 이하의 고정형을 선택할 경우, 한도가 1억5200만원에서 1억4800만원으로 400만원(3%) 축소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스트레스 DSR은 특히 금리 인하기에 차주의 대출 한도 확대를 제어할 수 있는 '자동 제어장치'로서의 역할을 하는 만큼, 앞으로 제도 도입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3단계 DSR 시행으로 서민·취약계층 등 실수요자들에게 과도한 자금 위축이 발생하지 않는지 꼼꼼하게 살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3단계 DSR 시행은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5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오름폭이다. 특히 이달 들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보름 만에 3조원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권 사무처장은 "현재는 관계부처와 금융권이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기"라며 "금융권도 엄정하고 총체적인 상환 능력 심사 등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 역량을 더욱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 "아파트 거래량 줄겠지만, 영향은 크지 않을 것" 왜?
부동산 전문가들은 3단계 DSR이 시행되더라도 시장에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규제 영향을 희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의 대출 한도 감소는 있겠지만, 급격한 주택시장 수요 위축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유는) 서울 아파트 매물 감소와 분양 진도율 저하, 임대료 상승 등에 따른 매매가 상승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만 소득이 낮거나 종전 대출 총액이 많은 차주는 추가 주택 구매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무리한 영끌을 막는 효과는 있어 투기적 거래 감소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강남권은 자기자본을 가지고 이동하는 수요가 많아, 대출 규제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수도권 주요 지역은 단기 심리 위축은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 공급 부족 우려 등의 영향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이 반영돼 점진적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미 시장에서는 막차 수요가 반영되고 있다. 시행 이후에는 일시적 관망세 심화가 불가피하고, 토허제 확대 지정 등과 맞물려 거래량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투기 억제보다는 실수요 차단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오전 기준 일부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경우 '대출 신청 불가'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에 대해 권 사무처장은 "5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금융기업들의 월별·분기별 관리 목표 준수 여부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음 달에 선거, 하반기는 새 정부 초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굳이 대출 규제를 완화해서 시장 수요를 활성화할 가능성은 낮다"며 "매매 활성화는 가격변동이 수반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