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효성가(家)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법률 자문을 맡았던 로펌과 업무 보수 미지급 관련 소송에 휘말렸고, 상속세 감면 혜택을 받아놓고도 재단을 부실하게 운영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조현문, 법무법인 바른과 40억원대 업무 보수 갈등
21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현재 법무법인 바른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바른은 조 전 부사장이 '형제의 난'을 일으킨 10년 전부터 오랜 기간 법률 자문을 맡았고 최근 조 전 부사장이 공익재단 단빛재단을 설립할 때도 함께했으나, 관계가 급격히 틀어진 모습이다. 등을 돌리게 된 이유는 성공 보수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앞서 바른은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43억원 규모 약정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지난 16일 1차례 진행됐다. 여기에서 바른은 "법률 업무에 대한 위임 약정을 맺고 일부 업무는 성공 조건을 성취시켰지만, 조 전 부사장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행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며 "계약을 해지하고 그간 발생한 보수 4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바른은 지난 1월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법원에 16억원 규모 주식가압류도 신청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소송 제기 및 가압류 신청은 매우 황당하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향후 객관적 사실과 법리를 바탕으로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 법정에서 반드시 진실을 가릴 것"이라고 전했다.
조 전 부사장이 법적 분쟁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4년 형인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효성을 흔들었고, 이후 조 회장을 협박했다는 이유로 맞고소를 당했다. 혐의는 강요 미수다. 해당 재판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형의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을 압박해 자신의 효성 계열사 주식을 비싼 가격에 매도하려 했다는 증언 등이 나오기도 했다. 재판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조 전 부사장은 '형제의 난'을 계기로 사실상 가족들과 의절했다. 지난해 9월 상속 재산을 통해 단빛재단을 설립할 때 공동상속인인 형제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있었으나, 이로써 형제간 화해를 이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조 전 부사장은 같은 해 3월 조 명예회장 별세 당시 유족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 사업 활동 없는 단빛재단…상속세 피하려 설립?
이와 함께 조 전 부사장은 공익재단 운영의 진정성을 놓고도 논란을 빚고 있다. "상속 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설립한 단빛재단이 8개월 넘게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 공익재단의 주요 활동에 대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나, 단빛재단은 지난해 10월 홈페이지 오픈 이후 어떠한 사업 활동 내용을 게시하지 않고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등의 약속 문구만 제시돼 있다. 재단 소재지도 조 전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동륭실업의 사무실이 있는 장소 그대로다.
부실 운영에 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재단이 조 명예회장의 상속 재산으로 만들어졌고, 설립 과정에서 상속세 감면 혜택이 제공돼서다. 조 명예회장이 조 전 부사장 몫으로 남긴 재산은 비상장 지분까지 더해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상속세 전액인 500억원 정도 면세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을 향한 상속세 회피 의심은 단빛재단 설립 발표 직후부터 제기됐다. 상속세를 내고 나면 실제 상속분이 얼마 남지 않아 공익재단을 만들어 상속세를 감면받고, 명분도 챙기려 한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조 전 부사장 측은 "상속세를 감면받기 위해 공익재단 설립을 추진한다는 오해는 사실이 아니다"며 "공익재단 설립은 사회 환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직접 이사진에 합류하지 않고 자금만 대면서 재단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놓고도 의구심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조 전 부사장이 이사진에 합류하진 않았으나, 아내인 이여진 변호사가 이사진 명단에 포함돼 조 전 부사장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는 남아있다.
단빛재단 사업 활동이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공익재단을 설립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조 전 부사장의 단빛재단 설립은 상속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단빛재단 측은 부실 운영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단은 "재단 설립과 함께 구성된 이사회와 사무국은 재단 운영을 위한 체계를 갖춰 가며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다양한 사업을 검토 및 추진하는 중"이라며 "사회단체, NGO 등과 수시로 소통하며 재단 설립 취지와 사업 목표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신중히 협의하고 있다. 아직 공개하기엔 이른 단계지만, 실행이 결정된 사업도 있고 곧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되는 프로젝트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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