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 연간 매출액 1위에 오른 쿠팡의 다음 과제는 해외 시장 확장이다. 지난해 연 매출 41조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90% 이상이 한국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쿠팡은 유통과 물류의 기술화를 이끌 글로벌 인재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글로벌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사업 확장의 해법으로 '사람'을 꼽으며 채용·조직·문화 전반에서 인재 확보를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인재 투자에 적극적이다. 쿠팡의 사내 리더십 원칙에는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그들이 최고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라' 항목이 명시돼 있다.
쿠팡의 인재 전략은 복지 정책에서 드러난다. 일부 임직원 사택을 서울 성수동 고급 아파트 '트리마제'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트리마제는 4개 동 47층 규모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소녀시대 태연, 방탄소년단 제이홉 등 유명인들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다. 지난해 9월에는 전용면적 136㎡가 최고가 67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트리마제의 등기부등본상 전세보증금과 부동산 포털의 월세 계약 기록을 종합하면 쿠팡은 법인 명의로 해당 아파트에 보증금 2억원 규모에 월세 650만~780만원 수준의 고가 계약을 수 건 체결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가구당 7800만원에서 9360만원의 월세를 연봉과 별개로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 잠실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 등 고급 주거지에도 사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해당 사택을 쿠팡이 해외에서 채용한 고급 인재에게 제공하는 복지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국내 근무 환경 적응을 돕기 위한 유인책이라는 설명이다. 실리콘밸리 출신 개발자나 주요 기획 직군, 혹은 해외 법인 파견 임직원 등이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현재 전체 직원 약 1만1000명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10%에 달하며, 특히 개발자 등 기술 직군의 외국인 비중이 높은 편이다.
쿠팡의 인재 유치 전략은 글로벌 사업의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현재 대만과 일본,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 중이다. 대만에서는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 모델을 현지화했으며, 최근 5000억원 규모 물류 투자도 단행했다. 일본에서는 음식 배달 '로켓나우'로 재진출을 시도하고 있고, 미국에선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해 글로벌 쇼핑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가마다 이커머스 성숙도, 물류 환경이 달라 단순한 사업모델 이식이 아닌 현지 맞춤 전략을 필요로 한다.
쿠팡의 외국인 인재들은 기술 개발뿐 아니라 현지 기업문화 적응, 조직 운영 유연화 측면에서 내·외부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수평적 소통 문화와 문제 해결 중심의 업무 방식은 외국인 개발자들에게 익숙한 환경이며, 이는 쿠팡이 추구하는 '권위 없는 영향력'이라는 리더십 원칙과 맞닿아 있다.
국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쿠팡은 통·번역 전담 인력을 250명까지 확대했으며,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과 산학협력을 체결해 정규직 통번역 인력 확보에 나섰다. 또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및 대학과 연계한 '스마트 물류 인재' 양성도 진행 중이다.
쿠팡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41조원을 달성하며 유통업계 선두에 올라섰다. 글로벌 사업에 쿠팡이츠, 쿠팡플레이를 합한 성장사업 매출액은 지난해 약 4조8800억원으로 전년(2023년) 대비 4배 가까이 늘었지만 전체 매출액의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쿠팡의 인재 유치·설비 투자 행보가 해외 사업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재 확보는 어느 기업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과제지만, 쿠팡은 그중에서도 과감히 투자하는 편"이라며 "다양한 국가 출신의 고급 인력을 비교적 많이 갖추고 있어 해외 사업 확장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캘리포니아, 시애틀, 서울, 타이페이, 베이징, 상하이 등 아시아와 북미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사무실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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