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원전 시장의 성장세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친원전 정책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미국 기업들과 협업 중인 데다 21대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의 입에도 오르내리면서 더욱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향후 5년간 60기 이상의 소형모듈원자로(SMR)을 수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전역 원전의 발전용량을 오는 2050년까지 4배로 늘리고 신규 원전 건설을 더 쉽게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원전 발전 용량을 현행 100GW(기가와트)에서 400GW로 확대하는 내용이 뼈대다. 1GW는 미국의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번 행정명령 초안은 지난해 11월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발표한 2050 원자력에너지 확대 로드맵보다 더 나아간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이번 트럼프 행정부뿐만 아니라 바이든 정부에서도 기존 원전 연장뿐만 아니라 신규 대형원전 건설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2050 원자력에너지 확대 로드맵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2035년까지 설비용량 35GW의 신규 원전을 짓고 2040년까지 15GW씩 추가해 오는 2050년에는 지난 2020년 대비 3배 늘어난 300GW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와 국내 대선 후보들의 원전 공약과 맞물려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가 이끄는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체코 원전 수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당초 지난 7일 두코바니 2기 원전 건설 계획을 놓고 한수원과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프랑스전력공사(EDF)의 가처분 신청으로 최종서명이 연기됐다. 하지만 법원 결정에도 체코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계약 체결이 가능한 시점에 체결하는 것을 승인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등 향후 최종 계약이 이뤄지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기업들과 협업 중인 상황에서 향후 사업 기회는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AI 개발을 위해 SMR 등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AI 개발을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원자력이 안정적이고 무탄소 에너지라는 이유에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미국원자력발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에 증기발생기 등을 공급해왔다. 뉴스케일파워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뉴스케일파워의 SMR 주요 기자재 등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SMR 개발 업체 테라파워와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대선 주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21대 대선 후보자 첫 TV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원자력 발전을 활용하되 과하지 않게 에너지믹스 정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두산에너빌리티나 원전에 가서 얼마나 안전한지 현장 가보셨냐"고 묻기도 했다.
앞서 김 후보는 친원전을 뼈대로 하는 에너지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본사를 방문해 "두산이 우리의 미래를 열어 나가는 세계적인 기업이다"라며 "더욱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도 원전 확대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프랑스는 오는 2050년까지 신규원전을 최대 14기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지난 2022년에는 6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존 계획에 비해 8기 확대됐다.
영국은 지난 2021년 오는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 6.8GW를 달성하겠다고 했으나 지난해에는 24GW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민간 원자력 로드맵 2050'을 제시했다.
증권가에서는 원전 관련 매년 4조원 이상 수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헌 iM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를 시작으로 중동, 웨스팅하우스 기자재, SMR 등으로 수주가 확대되면서 올해부터 매년 4조원 이상 수주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뉴스케일파워, 테라파워 등과의 협력을 통해 향후 5년간 60기 이상의 SMR 수주로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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