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문턱 낮아지는데…현장은 "여전히 어렵다"
  • 황준익 기자
  • 입력: 2025.05.19 11:08 / 수정: 2025.05.19 11:08
6월부터 '재건축진단' 없이 사업 추진 가능
조합 설립 동의 요건도 완화
"상가 쪼깨기 여전…재초환 폐지 등 조합원 체감돼야"
다음달 4일부터 안전진단의 명칭과 실시 시점을 조정하는 등 안전진단 제도개편을 위한 도정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더팩트 DB
다음달 4일부터 안전진단의 명칭과 실시 시점을 조정하는 등 안전진단 제도개편을 위한 도정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더팩트 DB

[더팩트|황준익 기자] 최근 조합 설립 동의 요건이 완화된 데 이어 재건축의 첫 관문으로 통하는 안전진단의 문턱도 낮아지는 등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통해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4일부터 안전진단의 명칭과 실시 시점을 조정하는 등 안전진단 제도개편을 위한 도정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도 개정된다. 우선 안전진단 명칭이 '재건축진단'으로 달라진다. 현재는 안전진단 'D등급' 이하를 받고 위험성이 확인돼야 재건축 조합 설립 등 기본적인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다음달부터 주민이 원하면 안전진단을 받지 않고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안전진단 시기를 조정했다. 지은지 30년이 넘은 아파트의 경우 안전진단 없이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비계획 수립, 조합 설립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안전진단은 사업 시행계획계획인가 전까지 통과하면 된다. 사업 초기에 빠른 추진이 가능해졌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사업이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안전진단을 평가할 때 주거환경 비중도 현행 30%에서 40%로 확대되고 평가항목이 신설된다. 현재 진단 항목은 △구조환경(30%) △주거환경(30%) △설비노후도(30%) △비용분석(10%) 등으로 구성되는데 비용분석은 빠진다. 주거환경 평가항목에는 △주민공동시설 △지하 주차장 △녹지환경 △승강기 △환기 설비 △대피 공간 △단지 안전시설이 추가된다. 이렇게 되면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노후 엘리베이터 등도 주거환경 항목에 포함돼 재건축이 더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부터는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정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재건축 조합 설립 동의율이 기존 75%에서 70%로 낮아졌다. 주택단지 전체 구분 소유자의 70% 이상 및 토지면적 70%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를 받아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다.

또 동별(복리시설 포함) 소유자의 2분의 1 이상 동의를 받던 것을 복리시설(상가)에 대해서는 소유자의 3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다. 현행법상 상가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조합 설립 기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에서 주택 입주권을 획득하거나 상가 조합원 수를 늘려 상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상가 쪼개기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다.

재건축 현장에선 큰 기대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실제 사업 속도는 기대만큼 빨라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더팩트 DB
재건축 현장에선 큰 기대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실제 사업 속도는 기대만큼 빨라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더팩트 DB

상가 쪼개기는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분양권)을 받기 위해 상가 지분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상가를 포함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가 조합원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상가소유자들은 조합 설립 과정에서 '동별동의요건'을 무기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합은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상가소유자들에게 주택 분양권을 줬다. 개정안으로 이런 문제들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 같은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 기간이 최대 3년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현장에선 큰 기대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실제 사업 속도는 기대만큼 빨라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상가소유자 3분의 1 동의는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 한해서만 적용되는데 그때는 소유자가 증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상가 조합원에 대한 문제로 재건축 사업이 어려운 건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장은 "공사비 상승으로 분담금 문제에 따른 조합원 간 갈등이 심해졌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조합원들의 돈과 관련된 규제 완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정비사업의 착수요건 완화, 사업절차 간소화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대규모 정비사업은 조합 설립 및 주민 동의 확보 등 사업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등과 같은 대안적 정비모델에 대해서도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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