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공세에 한진·LS 방어선 구축…키 쥔 산업은행 행보는
  • 최의종 기자
  • 입력: 2025.05.19 10:46 / 수정: 2025.05.19 10:55
'사외이사 3명' 산은, 강석훈 회장 교체기…대선 이후 '주목'
한진그룹과 LS그룹이 호반그룹의 공세에 본격적인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한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은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
한진그룹과 LS그룹이 호반그룹의 공세에 본격적인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한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은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한진그룹과 LS그룹이 호반그룹의 공세에 본격적인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한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은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까지 불똥이 튄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누구 손을 들어주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이사회는 조원태 회장 등 사내이사 3명과 김석동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중 배성례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과 홍동표 법무법인 광장 고문, 송백훈 동국대 교수 등 3명이 산업은행 추천 인사다.

앞서 2022년 사모펀드 KCGI로부터 지분을 인수하고 팬오션에서 5.85%를 추가 매입하며 한진칼 2대 주주에 오른 호반건설은 지난 12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18.46%까지 늘어났다. 조 회장 측과 지분 격차가 좁혀진 셈이다.

이에 한진칼은 지난 15일 자사주 44만44주(보통주 0.7%)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기로 했다. 출연 주식 가격은 15만6000원으로 총액은 662억7000만원이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사내복지기금에 증여되면 의결권이 생긴다.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20.8%까지 늘었다.

한진그룹과 함께 호반과 계열사 등에서 갈등을 빚는 LS도 대응에 나섰다. LS는 지난 16일 대한항공을 상대로 65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교환사채는 발행기업이 보유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회사채다.

앞서 한진그룹과 LS그룹은 지난달 사업 협력과 협업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본격적인 반호반 동맹을 맺었다. LS가 발행한 교환사채는 기명식 보통주 38만7365주로 대한항공이 인수해 5년 안에 LS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확실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호반 움직임을 놓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호반건설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 모회사 금호산업 인수를 시도했다가 발을 뺐다. 당시 호반은 호남 지역 기업 이미지에서 전국구로 바뀌고, 지분 일부를 되팔아 300억원 이상 차익을 얻으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진칼 지분 인수가 항공업 진출 야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과 그저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의견 등 여러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호반 관계자는 이날 "한진칼이나 LS 등 경영권을 위한 지분 매입이 아닌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대통령 선거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임기 만료 이후 산업은행이 어떻게 움직이냐가 한진·LS와 호반 갈등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더팩트 DB
다음 달 대통령 선거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임기 만료 이후 산업은행이 어떻게 움직이냐가 한진·LS와 호반 갈등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더팩트 DB

당장 한진칼이나 LS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호반은 LS 지분을 5% 미만으로 매입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시장법상 5% 이상 지분을 매입하면 공시해야 한다. 다만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등 행사할 수 있는 3% 이상 지분으로 추정된다.

한진칼 경영권 향배의 키는 지분율 14.9%를 보유한 델타항공과 10.6%를 보유한 산업은행이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모두 스카이팀 소속이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2018년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체결해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최근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 지분을 공동 투자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2억2000만달러를 투입해 지분 10%, 델타항공이 3억3000만달러를 투입해 15%를 인수한다. 사업적으로 스타얼라이언스 에어캐나다에 대응하면서도 관계를 강화한 셈이다.

관건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2022년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며 조 회장에 든든한 우군이 됐다. 현재까지 사외이사 3명을 추천해 한진칼 이사회에 진입시켜 경영권에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음 달 대통령 선거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임기 만료 이후 산업은행이 어떻게 움직이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인 정책특보 출신인 강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는 등 산업은행 회장은 정치권 입김이 상당하다.

한진·LS와 호반 갈등은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분쟁까지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한진칼은 4년 전 고려아연 측에 매각한 정석기업 지분을 다시 확보했다. 정석기업은 한진칼과 조 회장 일가가 지분 100%로 보유했었다.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한 뒤 지배구조를 강화한 셈이다. 영풍·MBK 연합은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를 통해 집행한 정석기업 지분 투자가 한진그룹 상속세 재원 마련용 자금 지원을 위한 주식 파킹 거래였음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했다.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에 이어 한진칼까지 적으로 돌렸다. 현대차와 한화와 지분 관계를 맺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여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진칼과의 관계도 문제 삼는 모양새다.

최 회장 측은 "주식거래 상대측이 보유한 콜옵션 권리 행사에 따라 단순 실행된 건"이라며 "직접 투자했던 건이 아닐 뿐만 아니라, 관련 투자를 했던 펀드 청산으로 현물 배당받아 보유하던 지분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자 손실 없이 처분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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