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규제 시계? 공정위, CJ 놓고 소급적용 논란…업계 우려 
  • 황원영 기자
  • 입력: 2025.05.16 10:06 / 수정: 2025.05.16 10:18
공정위, 계열사 TRS 부당지원 CJ 제재 착수
올해 위법고시 신설에 규제 일관성 지적도
공정위 "부당지원이 문제…소급적용 아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CJ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한 가운데 일각에서 소급적용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팩트 DB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CJ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한 가운데 일각에서 소급적용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황원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10년 전 CJ그룹 TRS(총수익스와프) 거래를 부당 지원으로 판단하고 제재에 착수했다. CJ그룹이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판단인데, 일각에서는 소급적용 부당함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CJ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CJ가 TRS를 통해 부실 계열사인 CJ건설과 CJ푸드빌을, CJ CGV는 시뮬라인에 부당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들 계열사가 CJ의 TRS 계약으로 총 1150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했고, 이는 실질적인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한다며 지난 2023년 8월 공정위에 신고했다.

TRS는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교환하는 파생금융상품으로 계열사 간 채무를 보증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2000년대 중반부터 CJ그룹을 비롯한 여러 대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널리 활용했다. TRS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한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를 지원할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본다.

CJ는 2015년 8월 하나대투증권과 TRS 계약을 맺고 CJ푸드빌과 CJ건설이 발행한 1000억원대 전환사채(CB) 인수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자본잠식 빠진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CJ푸드빌은 2014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같은 기간 CJ CGV 자회사인 시뮬라인은 부채비율이 329%에 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 판단에 의문부호를 내놓고 있다. 앞서 2018년 금융감독원과 공정위는 TRS 거래를 전수조사한 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를 7년 만에 번복하며 제재를 예고한 게 일사부재리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소급적용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정위는 올해 4월 TRS 거래를 통한 위법 행위 유형이 적시된 채무보증 탈법행위 고시를 제정했다. 이는 1년간 유예기간 후 내년 4월 시행될 예정으로, 10년 전 발생한 거래에 새로운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TRS 거래가 합법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이를 10년 후 규제하는 것은 법적 일관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2010년대 들어 이랜드월드, 동부제철, KT, 한화, 두산중공업, 효성, 대한항공 등이 TRS 거래를 통해 계열사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 역시 CB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TRS 거래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으며, 공정위와 금감원은 이 거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이번 공정위 조치가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스크 관리와 자금 조달이 동시에 가능한 TRS 거래를 제재할 경우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위축이나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의적 규제는 자금 경색을 초래할 수 있고 기업의 금융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정위는 이 같은 논란에 선을 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달 고시한 내용은 공정거래법상 채무보증 탈법행위 고시이고, 이번 제재는 부당지원과 관련됐기 때문에 소급적용이 아니다"라며 "앞서 금감원이 단독으로 실태 조사를 진행했고, 공정위서도 따로 조사를 진행하며 발견한 문제점이 누적된 데다 신고까지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TRS 거래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어떤 의도와 효과를 갖고 거래를 했는지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이를 통한 부당 지원이 문제가 된 상황이므로 형평성 문제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한 달간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후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 여부,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회서 판단 후 자세한 내용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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