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1호' KB금융, 자사주 1조 소각 'D-DAY'…올해 첫 10만 찍을까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5.15 11:07 / 수정: 2025.05.15 11:07
15일 1206만주 소각 예정
최근 주가 흐름 양호…상승 탄력 받나
KB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입한 자사주 1206만주를 15일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KB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입한 자사주 1206만주를 15일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KB금융은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먼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이행하면서 고강도 주주환원 의지를 보였다. 당시 증시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열풍이 불면서 역대 처음으로 10만원대 주가를 달성하기도 했으나, 배경에는 밸류업 방안에도 기재된 1조원대 자사주 소각이 있었다. 마침내 결의를 마친 자사주 소각일(15일)이 도래한 가운데 다시 주가가 10만원대를 넘어설지 주목된다.

15일 KB금융은 1206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주가 환산 가치로 총 1조2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자사주 소각을 위한 준비도 착실히 마쳤다. 지난해 하반기 자사주 556만주를 약 5000억원에 취득한 데 이어 올해 2월부터 약 640만주(5200억원)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밸류업 공시를 통해 주주와 약속한 자사주 소각 계획을 지키면서 주가 방어에 힘을 보탰다.

이 사이 미국발 관세 쇼크나 계엄 후 탄핵, 조기대선으로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52주 신저가(4월 9일, 6만9300원)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 후 KB금융의 주가 행보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꿀 여지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최근 주가 흐름도 양호해 자사주 소각이 상승 흐름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KB금융은 4월 신저가 이후 다시 오름세를 탔고, 지난 14일 9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코스피가 46일만에 2600선까지 회복한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외인의 매수세가 이어진 결과다. KB금융은 지난 2일부터 다시 75%대 외인 보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호실적과 지속된 주주환원 의지도 기대를 갖게 하는 요소로 풀이된다. 지난해 매출 85조764억원, 영업이익 8조453억원, 당기순이익 5조286억원을 기록한 KB금융은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2조1826억원, 순이익 1조5806억원을 올려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주주환원의 경우 이날 이행될 자사주 소각을 비롯해, 13%가 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한도 없이 주주환원의 재료로 쓰고 연중 13.5%가 넘는 자본도 추가로 환원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간 금융주가 배당주 인식이 컸다면, KB금융은 향후에도 자사주를 적극 매입·소각하면서 능동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시장 신뢰를 쌓겠다는 방침도 엿보인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수 경기 부진 등으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환율 안정화 및 주주환원 관련 기대감이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높은 안정성과 시장 지배력 등을 바탕으로 수급 우위가 지속되며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자사주 소각 이후에도 주가가 올해 한 번도 넘지 못한 10만원 고지를 점령하거나 장기간 강세로 이어질 것으로 예단하긴 이르다는 견해도 나온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나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융사로써 실적 성장 여력이 실질적으로 제한되고 있고, 건전성 지표로 꼽히는 연체율이나 대손비용도 은행권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시기를 거치고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주에 대한 중장기적 전망은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나 이익의 안정성 지표도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주가가 하락할 때도 CET1 하락으로 기존 주주환원 계획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지난해 4분기 이후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현 주가가 실적과 주주환원 등이 선반영돼 나타나고 있을 여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kun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