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제조기업 3곳 중 2곳이 현행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센티브'로 받아들이는 기업은 4.2%에 그쳤다.
15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 1000억원 이상 제조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정책 기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4.2%가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들은 산업계에 대한 일방적 부담 전가보다는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7.5%는 한국 산업계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가능성을 40% 이하로 평가했다. 이 중 13.3%는 '매우 낮음(0~20%)'을 꼽았다. △낮음(21~40%) 44.2% △보통(41~60%) 37.5% △높음(61~80%) 4.2% △매우 높음(81~100%) 0.8% 등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서도 산업계의 부담 인식이 컸다. 응답 기업의 52.5%는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통해 유상할당 비중 상향을 예고한 바 있다.
응답 기업들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규제 위주 정책에서 인센티브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감축 설비 도입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제공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감안한 실현 가능한 목표 수립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은 "국내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고려할 때, 글로벌 정책 동향을 반영하여 실현 가능한 NDC 목표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배출권거래제 이행비용 완화를 위한 별도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일본은 저탄소 기술 혁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독일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등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산업계의 탄소중립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유인체계 마련이 선결돼야 한다"며 "규제에서 인센티브로의 관점 변화를 통해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4월 1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9.1%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8.4%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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