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이 심상치 않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2대 주주 영향력이 확대되자 시장은 이틀 연속 상한가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기존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호지분이 여전히 높고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 매입 배경도 단순 투자로 공시되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측면도 있으나, 향후 실제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주가는 더욱 오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은 오전 11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6.57% 오른 14만6700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최고가는 상한가인 15만600원으로 이는 상장 후 역대 최고가다.
한진칼은 전날에도 상한가(29.93%)를 기록한 11만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만원대 주가를 넘어선 것도 2020년 이후 5년여만이다.
한진칼이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배경으로는 전날 공시된 2대주주 호반건설의 지분 확대에 따른 경영권 분쟁 기대감에 추격 매수세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조원태 회장(5.78%)을 비롯해 조현민 한진 총괄사장(5.73%),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2.09%) 등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한 특수관계인이 20.13%를 보유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호반그룹은 호반건설과 호반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17.44%를 보유했으나, 13일 장내매수 공시를 통해 18.46%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매입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의 지분 확대'라고 공시했다. 다만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 격차가 역대 처음으로 1%대(1.67%)까지 진입했기 때문에 공존을 이어온 한 지붕 두 가족 사이에서 묘한 분위기가 흐르게 됐다.
호반그룹은 지난 2022년 3월 한진그룹 경영권 공격을 시도한 사모펀드 KCGI로부터 물량을 받아 처음으로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고 2023년 10월 하림그룹 팬오션이 HMM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한진칼 주식을 매도한 물량을 모두 떠안았다. 이후 꾸준히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늘려 왔다.
◆ 한진칼 지분 늘린 호반, 추가 매입 가능성은?
호반그룹은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으나, 상한가로 화답한 시장은 호반그룹의 현금 활용 여력이나 항공업 진출 추진 사례, 한진칼 지분을 늘려온 과정 등을 통해 향후 추가 매입 가능성도 조심스레 내다보는 분위기다. 여기에 과거 한 차례 '모자 갈등'을 빚은 한진 오너일가 사이의 잡음을 노려 경영권을 지배할 준비도 꾸준히 해왔다는 견해도 보태지고 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난 2019년 모친인 이명희 고문과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모자 갈등을 빚었고, 이후 주주총회 등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한진그룹을 조 회장 중심 체제로 굳혀 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명희 고문이 주기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시장에 던지기도 했으며, 대주주간 지분 격차가 1%대로 좁혀진 현재 호반그룹이 이 고문의 지분을 매입한다면 최대주주 이름이 바뀌는 건 시간문제라는 해석도 나왔다.
주가가 이틀 연속 강세를 띤 것도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지분이 분산돼 있고, 조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축을 상대로 이명희 고문을 중심으로 한 반대 축이 호반그룹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지분 경쟁에 나선다면 현재 주가를 상회한 가격의 공개매수나 맞불 공개매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지배력이 권고하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에 나서더라도 최대주주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진칼 3대주주이자 대한항공과 20년 넘게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미국 델타항공(14.90%)을 비롯해 한진칼 지분 10.6%를 보유한 산업은행 역시 조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한진칼의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우선 베팅한 모습이지만 조 회장의 지배력이나 우호지분 등을 고려할 때 당장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호반그룹이 과거 호반건설을 통해 당시 아시나아항공의 금호산업 인수를 시도한 사례도 있어 항공업 진출 의지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 산업은행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지원을 위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재정이 안정되면 매각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주요 주주들의 지분 변동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