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유통업계가 신선식품, 멤버십, 콘텐츠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 영역에서 협업하며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급격히 성장한 쿠팡 영향력에 대응해 각사의 강점을 결합하는 연합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신규 장보기 전문관 서비스 '마트플러스'에 SSG닷컴의 '이마트몰'을 입점시켰다. 온·오프라인 역량을 결합한 전략적 협업이다. 이에 따라 11번가를 사용하는 고객은 이마트몰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을 비롯한 제품들을 새벽배송 또는 주간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11번가는 오픈마켓 구조상 약점으로 지적돼 온 장보기 경쟁력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용관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신선식품 큐레이션, 스마트 장보기 기능 등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SSG닷컴은 약 5200만명의 11번가 가입자를 확보해 신규 고객 유입과 객단가 확대를 노릴 수 있다.
네이버는 컬리와 제휴에 나섰다. 네이버의 신규 쇼핑 플랫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 입점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신선식품 보강 효과를, 컬리는 검색·결제 기반 트래픽 유입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통해 오늘·내일·새벽 배송 등 맞춤형 서비스를 세분화하며 쇼핑 플랫폼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선식품은 유통 시장에서 핵심 전략 상품군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소비자 반복 구매 비중이 높고 배송 서비스 품질을 체감하기 쉬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업체들은 신선식품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타 업체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품 구성 비율을 조절해 특정 상품군에 힘을 줄 수 있는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은 자체 신선식품 물류 역량이 부족하거나 상품 구성을 크게 바꾸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이나 검색 기반 플랫폼은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거나 단일 브랜드 중심으로 재고를 관리하지 않아 신선식품 전용 배송망을 갖추기 어렵다"며 "배송력과 품질 경쟁력을 가진 유통사와의 제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서비스 연계도 강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에게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멤버십 서비스인 '배민클럽'에 OTT 플랫폼 티빙 구독 혜택 추가를 검토 중이다. 업계는 배민이 쿠팡이츠가 급성장한 배경으로 꼽히는 와우멤버십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콘텐츠 선택 기준이 되는 '쿠팡플레이'에 대응해 배달앱 멤버십 선택지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쿠팡의 통합 플랫폼 모델에 대응한 '연합형 락인 전략'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로켓배송·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통합 플랫폼을 중심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액 4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4%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액 11%, 영업이익 4배 성장을 달성했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2340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8% 늘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 락인을 위한 경쟁이 이커머스뿐 아니라 배달, 콘텐츠, 검색 플랫폼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유통업계가 단독 경쟁을 강화하기보다 타 업체와 상호 보완을 통한 협업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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