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교보생명이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 인수하면서 저축은행 M&A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 M&A 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한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OK금융그룹의 저축은행 인수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다만, 대부분의 저축은행 M&A 매물의 자산건전성이 낮은만큼, 더 확실한 규제 완화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오는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SBI저축은행 최대주주인 일본 종합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인수금액은 약 9000억원 규모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4조289억원, 자본총계 1조8995억원, 거래 고객 172만명을 보유한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업계가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2023년과 지난해 각각 891억원, 8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업계 1위의 매각 소식으로 인해 저축은행업계의 M&A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등 영향으로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지방의 중소형사 위주로 잠재 매물들이 거론된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392억원을 올렸다. OK저축은행은 상상인과 페퍼 등의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페퍼저축은행은 2023년 1072억원에 이어 지난해 96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기간 고정이하여신은 1.32%p 올라간 14.18%로 뛰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2023년 750억원에 이어 지난해 683억원의 적자를 냈다. 고정이하여신은 15.05%에서 26.90%로 11.85%p 치솟았다.
부동산 PF 문제가 심각했던 2023년과 지난해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각각 5758억원, 39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연체율은 8.52%로 전년 말 6.55% 대비 1.97%포인트(p) 상승했다. 2015년 말 9.2%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12.81%로 전년 말(8.02%) 대비 4.79%p 급등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66%로 전년 말(7.75%) 대비 2.91%p 상승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수도권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기준을 2년간 한시적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저축은행의 M&A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영업구역이 다른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한 대주주가 보유하거나, 영업구역이 다른 저축은행을 하나로 합병하는 것을 금지해왔으나, 부동산 PF 문제 등으로 부실 저축은행이 늘어나자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서로 다른 영업구역이면 최대 4개까지 합병이 가능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비수도권이 아닌 수도권 저축은행도 동일하게 M&A 허용 범위를 늘려 4개까지 합병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현재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곳은 OK금융이다. OK금융은 페퍼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을 두고 인수를 추진했으나,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KKR이 매각을 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며 상상인저축은행 단독 인수설이 나오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1월 실사를 마치고 2월부터 인수 가격을 협상하고 있지만, OK금융의 경우 1000억원 이하를, 상상인저축은행은 2000억원 수준을 원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상인저축은행의 체력이 좋지 않은만큼, 인수가를 높게 책정받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상상인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2조376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감소했다. 현금 및 예치금이 3455억원에서 2236억원으로 1219억원 줄었고 대출채권은 2조1753억원에서 1조7035억원으로 4718억원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2023년 750억원 △2024년 683억원으로 2년째 적자를 내며 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업계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들 간의 수익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만큼, 오히려 M&A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저축은행 업권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지난해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등 자산 상위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345억원으로 전년 1311억원 대비 78.9%(1034억원) 오히려 늘어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M&A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손실을 감수하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기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상위권 업체가 하위 업체 매입이 늘어나려면 핀테크 기업 등 비금융 기업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등의 좀 더 확실한 규제 완화나 정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