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모든 것을 고객 관점에서 보지 못했다"며 "그간의 시행착오를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태 대응책으로 신규 가입 중단과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 확대 등을 발표하고, 매일 '데일리 브리핑'을 통해 고객 보호 조치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유 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사이버 침해 관련 데일리 브리핑'에서 "이번 사이버 침해 사고 대응 과정을 지휘하면서 스스로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며 "고객에게 사고 내용과 대책을 충분히 설명드리지 않은 채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해, 많은 고객이 불안과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 문자는 보냈으면서도 정작 중요한 알림은 부족했고, 고객센터는 하루 종일 통화 중이며, 대리점에서는 대기 줄이 너무 길어 유심 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모든 불편은 미숙한 대처로 발생한 생생한 현실이었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깊이 반성하며, 수많은 불편과 불안함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이날 △전국 T월드 매장 신규 가입 중단 △유심보호서비스 전 고객 자동 가입 △유심 재고 대량 확보 △공항 로밍센터 좌석 확대 및 인력 확충 △유심보호서비스2.0 도입 등 총 다섯 가지 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우선 SK텔레콤은 이르면 오는 5일부터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에서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 접수를 전면 중단한다. 이는 유심 물량 부족 상황에서 기존 고객의 유심 교체를 우선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유심 관련 특단의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매장에서는 신규 상담 없이 유심 교체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로 인한 매장 영업 손실은 SK텔레콤이 보전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모든 매장은 신규 고객 상담을 일시 중단하고, 유심 교체 업무에만 전념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리점의 영업 손실은 본사가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유심보호서비스를 별도 신청 없이 전 고객에게 자동 가입 형태로 제공한다. 기존에는 고객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 무료 부가서비스였으나, 서비스 자체를 알지 못하는 고객이 많고, 디지털 취약계층은 복잡한 가입 절차에 대한 부담이 커 자동 가입으로 전환됐다.
SK텔레콤은 유심보호서비스가 불법 복제된 유심이 다른 단말기에서 작동하는 것을 원천 차단해, 사실상 유심을 교체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442만명의 SK텔레콤 고객이 서비스 가입을 완료했으며, 남은 850만명 고객에 대해서는 오는 14일까지 시스템 용량에 따라 하루 최대 120만명씩, 순차적으로 자동 가입 처리할 계획이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우선 대상으로 설정했다. 향후에는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이용자에 대해서도 적용 여부를 협의할 방침이다.
세 번째로, 유심 교체와 관련한 고객 불편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유심 재고 확보와 신속한 공급에 나선다. 이달과 다음 달 각각 500만장씩, 총 1000만장의 유심을 순차 확보해 공급할 예정이며, 7월 이후에도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유심 제조사와 생산 확대 및 공급 일정 단축을 위한 핫라인(Hot-line)을 구축하고, 주요 유심 제조사 경영진과는 정기적인 대면 미팅도 시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칩셋 제조사에도 공급 일정 단축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확보된 유심은 주말이나 휴일에도 즉시 현장에 공급하고 있다.
네 번째로는 해외여행객 보호를 위한 추가 대책도 내놨다. 이번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고객의 원활한 유심 교체를 위해 오는 6일까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내 로밍 센터 내 좌석 수를 두 배로, 업무 처리 용량을 세 배로 확대 운영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이날부터 면세구역 내에도 11석을 추가로 신설해 고객의 편의를 돕는다. 또 본사직원 1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유심 교체 업무를 돕는 등 서비스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SK텔레콤은 오는 14일부터 해외 로밍 환경에서도 이용 가능한 '유심보호서비스2.0'을 새롭게 도입한다. 온라인·모바일 T월드 또는 고객센터를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기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는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적용된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이날부터 고객 불안 해소를 위한 '데일리 브리핑'을 매일 운영하기로 했다. 브리핑에서는 유심 교체 및 예약 현황,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 수, 공항 로밍센터 운영 현황 등 주요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새롭게 시행되는 보호 조치 내용도 설명한다. 고객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Q&A 설명도 병행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SK텔레콤은 고객 보호를 위한 2중·3중의 안전장치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며 "혹시라도 이번 사고로 불법 유심 복제 등 피해가 발생한다면 SK텔레콤이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해 사고 원인과 피해 범위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