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미국발 관세 소나기가 연일 퍼붓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개발도상국)’ 지역으로 경제 영토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새로운 수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공한 올해 ‘통상협정 추진현황(4월 21일 기준)’을 보면 정부가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추진하고 있는 국가는 총 30개국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약 87%는 ‘글로벌 사우스’ 지역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사우스’란 통상 남반구 지역에 위치한 신흥개발도상국을 말한다. TIPE는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에너지 분야를 협력하는 플랫폼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격화하자 정부가 경제 영토를 ‘글로벌 사우스’ 지역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안"이라며 "통상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정부는 모든 걸 준비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여건조성을 위해 △케냐(경제동반자협정·EPA) △모로코(EPA) △탄자니아(EPA) △방글라데시(EPA) △파키스탄(EPA) △세르비아(EPA) △도미니카공화국(EPA) △멕시코 △미 펜실베이니아주 △이집트 등을 대상으로 10건의 통상협정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이 중 9건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수출하고 있는 국가의 약 80% 이상은 FTA가 체결됐고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조기 종식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향후 우리 수출에 플러스 요인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동남아, 아프리카 등 대체시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의 새로운 판로개척을 위해 소위 정부가 ‘판깔기’를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이전에 신남방정책을 추진할 때도 정부가 앞장서는 것이 좋은 것이냐에 대한 찬반론 있었다"며 "초기에는 좋을 수 있지만 너무 과해지면 한국 기업과 거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은 반면교사 삼아서 기업 간 경쟁이 과열돼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해 주면 기업이 시장을 공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도 "과거 정부 주도로 FTA가 체결되면 기업들이 혜택을 보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양자 간 민간협력 모델이 중요하다"며 "예컨대 중국을 보더라도 일시적으로 물건만 팔고 빠지는 식의 전략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국의 산업이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 또는 연구개발(R&D) 등의 지속가능한경제협력이 필요하다"며 "인도네시아(희토류), 폴란드(방산) 사례를 보더라도 결국 현장 실무나 투자는 민간 기업이 움직여야 해서 정부가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을 통한 경제영토 확보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디지털,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FTA 협정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영국 △인도 △칠레 △아세안과 FTA 개선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 단장은 "웬만한 국가와는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체결 대상국은 마이너한 국가들이 많을 것"이라며 "때문에 기존에 체결한 FTA로 관련 규정 업그레이드를 통해 디지털, 탄소세 등 새로운 형태의 무역 장벽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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