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정제마진까지 하락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1분기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비쌀 때 도입한 원유의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해 단기적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산유국들의 증산이 국제 유가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정유사들의 수익지표인 정제마진까지 약세를 보이고 있어 정유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1분기 평균 배럴당 3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4.5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1조1466억원, 영업손실 44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합병한 SK이노베이션 E&S 분기 실적이 처음으로 전체 반영돼 2022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수지는 대부분의 사업 부문에서 손실이 대거 누적된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석유수출기구 플러스(OPEC+) 감산 완화 등으로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약세를 보이며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3061억원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분기 SK이노베이션 E&S사업 매출이 온전히 반영되며 전분기 대비 매출액이 1조7049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배터리 사업에서의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약세 등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매출액 8조9905억원, 영업손실 215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446억원 손실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4%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경기 둔화 우려로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역내 일부 정유공장의 정기보수가 연기됨에 따라 정제마진이 하락해 2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이 7조1247억원, 영업이익 31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 하락한 수치다. 미국발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우려로 정제마진이 하락한 영향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시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 정유·화학 부문 업황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악화된 실적이 예상된다.
문제는 2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변수가 없는 한 하락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 국제유가는 1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1.77% 오른 배럴당 59.24달러에 장을 마쳐 4거래일 만에 오름 추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60달러를 밑돌고 있다. 국제유가가 60달러 밑으로 내려온 것은 2021년 3월 이후 4년 만이다.
산유국들의 증산과 경기침체 우려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회원국과 기타 주요 산유국(비OPEC)의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에 5일 회의에서 증산을 제안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지난해 4분기 대비 연율환산으로 -0.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 사태가 진행형이던 2022년 1분기(-1.0%) 이후 처음이다.
증권가에서도 정유사들의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19억원으로 감익을 전망한다"며 "SK온·배터리소재·석유화학의 증익을 석유·E&S의 감익이 상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승재 D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4월 관세 부과 이슈로 침체 우려까지 부각됐다"며 "글로벌 정제설비 부담이 크게 줄었으며 유가가 하락함에도 수요·정제마진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기에 단기 정유 실적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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