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SK텔레콤이 해킹 후폭풍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신저가 경신 위기를 맞았다.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인 최고경영인(CEO)의 사과와 대대적인 유심 무상 교체 조치에도 소비자 불만이 잇따라 여론이 악화했고, 전면 조사에 나선 정부의 과징금이 더해진다면 재무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나와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SK텔레콤은 전 거래일 대비 0.93% 하락한 5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주가이며 28일 하루 만에 6.74% 내린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다. 2거래일간 증발한 시가총액은 9450억원에 달한다.
주가가 주당 5만4000원 이하로 떨어진 것 역시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52주 신저가인 지난해 5월 2일 5만300원와 비교해도 약 5%가량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SK텔레콤의 최근 약세는 유심 해킹 사태가 발생한 지 열흘 가까이 지났으나 논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에 나선 날부터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으며, SK텔레콤의 미흡한 대응에 따른 소비자 불만 확대가 수급 이탈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사태가 처음 발생한 지난 18일 주가는 전날보다 200원밖에 내리지 않는 5만7700원으로 여파가 크지 않았다는 시각도 나왔다. 이후 22일에는 최근 3개월 기준 최고가인 5만88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킹 사태에 따른 우려가 공존하면서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일회성 사태보다 변동성이 약한 경기 방어주로 인식되는 통신주로서 인식되는 경향이 더욱 컸던 영향이다.
또한 SK텔레콤은 최근 국내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부정 이슈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상호관세 정책에서도 자유로운 통신업종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관세에 대한 하방 압력을 견디기가 용이하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사태 이전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상위권에 매번 이름을 올린 것도 같은 배경이다.
고배당주로서 매력도 SK텔레콤의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로 꼽힌다. 대체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이는 통신주 중에서도 SK텔레콤은 지난 2024년 6.6%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면서 LG유플러스 5.5%, KT 3.9% 등 경쟁사를 압도했다.

그러나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가 시작되자 흐름이 뒤바뀌었다. 서비스 시작 후 3일만에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으나 하드웨어 교체를 위해 매장에 직접 찾아가야 하는 수고에 더해,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렸으나 턱없이 부족한 교체 수량에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고객 불만까지 일파만파 커지면서 경쟁사인 KT나 LG유플러스로 이용자 이탈까지 전망됐기 때문이다.
악화한 여론은 정부도 SK텔레콤의 유심 교체 서비스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원인이 됐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의 과실이 확인된다면 징계와 과징금도 부과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과징금 수준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 SK텔레콤 연매출(17조9406억원)의 3%인 53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도 SK텔레콤의 해킹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는 SK텔레콤의 단기적 주가 하락은 이어질 수 있으나 소비자 불만을 뒤집을 수 있는 대응책을 내놓는다면 고객 이탈에 따른 잠재적인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정부가 사태에 대한 심각성이 크지 않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도 시장에서 SK텔레콤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유심 복제에 의한 2·3차 피해 사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비용 발생 우려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앞으로 회사의 대응 방향에 따라 통신사 시장 점유율 변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SK텔레콤의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한 대응 여부가 향후 실적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관측했다.
한편 SK텔레콤은 30일 장에서 오전 10시 57분 기준 전날보다 1.31% 오른 5만4050원에 거래되면서 장 초반 소폭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이 전날 SK텔레콤 침해사고 1차 조사 결과를 "유출 정보 중에는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유출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추가 피해를 막았다는 인식이 우선 깔리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유영상 SK텔레콤 사장도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론과 과거 사례를 보고 유심을 추가 주문했다고 공언하면서 유심 교체 서비스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인식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