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EU의 '끊어진 사랑'을 연결하다 [김원장의 경제학전]
  • 김원장 언론인
  • 입력: 2025.05.01 00:00 / 수정: 2025.05.01 00:00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유럽과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미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관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유럽과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미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관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AP·뉴시스

[더팩트 | 김원장 언론인] 중국은 생산해야 하는 나라다. 미국에 수출길이 막히면 어딘가에 더 팔아야 한다. 유럽에 헐값 밀어내기(Dumping)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이에 대한 EU(유럽연합)의 입장은.

‘그럼 일단 한번 만나 볼까요?’

우르줄라 EU 집행위원장은 중국 상품의 흐름을 관찰하고 있다면서 ‘건설적으로 협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파괴적 관세에 동병상련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미 4월 초에 시진핑 주석을 만나고 왔다. 중국의 구애에 유럽이 버선발로 나선다. 날을 잡고 식당 예약하고, 선물도 잔뜩 준비하는 분위기다.

첫 번째 선물은 EU가 준비했다. 중국산 전기차가 쏟아져 들어오자 지난해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던 기존 10%의 관세를 최대 45.3%까지 끌어올렸다. 이걸 크게 깎아줄 생각이다(대신 최저 가격제를 도입한다. 예를 들어 3만 8천 유로 이하 전기차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관세를 많이 매기는 방식이다. 이 경우 콕 집어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수입을 막을 수 있다).

중국도 여러 개의 선물을 포장중이다

예를 들어 EU의 전기차 관세부과에 항의해 프랑스 코냑에 부과하던 39%의 관세안을 재검토중이다. 보복관세가 부과되기 전에 중국인들은 한해 17억 달러(2조 4천억 원)의 프랑스 코냑을 마셨다(지난해 시진핑 주석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마크롱 대통령은 헤네시 XO 코냑과 1742년에 출판된 첫 프랑스어·중국어 사전, 그리고 샤넬 핸드백을 선물했다).

더 큰 선물은 '포괄적투자협정'(CAI)의 부활이다. EU와 중국은 지난 2020년 12월, 7년의 협상 끝에 포괄적 투자협정(서로 투자를 할 경우에 내국인 대우를 해주거나, 투자한 기업에 대해 공평하고 공정한 대우를 해주기로 하는 약속)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듬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인권 탄압문제가 터졌다.

EU는 반인도주의적 처사라며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했고 그러자 중국은 유럽의회 의원 5명과 4개 단체를 보복 제재했다. EU의회는 ’포괄적투자협정‘의 비준을 연기했고, 그렇게 어렵게 맺은 협정은 폐기됐다. 그런데 지난 24일 중국 정부가 제재를 해제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유럽의회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는 언제나 제재를 해제하고 중국과 관계를 재개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화답했다.

독일과 프랑스

물론 EU 안에서도 나라마다 생각이 다르다. 수출 차량의 1/3을 중국에 파는 독일이 제일 적극적이다. 자동차, 기계, 화학제품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수출하는 독일같은 제조업 강국들은 관세장벽이 낮아질수록 유리하다. 설령 중국 전기차 공장이 독일 자동차 클러스트에 들어온다고 해도 반갑다. 일자리가 생긴다.

반면 수출경쟁력이 약하고 서비스업과 농업 비중이 높은 프랑스는 소극적이다. 유럽 최대 농업 생산국인 프랑스는 오히려 관세장벽이 낮아져 미국이나 호주 남미에서 밀이나 치즈, 소고기 같은 농산품이 쏟아져 들어올까 걱정이다. 그래서 관세 장벽이 내심 나쁘지 않다. 트럼프 1기 때도 미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 당시 브뤼노 경제재정장관은 물어버리는(bite)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은 안보때문이다

EU와 중국이 가까워지는 것은 꼭 장사꾼의 본능만은 아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는 러시아와 가까워졌다. 그 러시아는 조지아와 크림반도, 그리고 우크라이나까지 공격하며 유럽을 위협한다. 여기에 트럼프가 ‘유럽은 유럽이 직접 지키세요’라고 돌아서자, EU는 방위비를 크게 올리고 있다. EU는 지난 3월 8000억 유로(약 1300조원)의 '군사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가 총을 빼든 상황에서 안보를 위해서라도 중국과 친해지는 게 좋다.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처럼 시장 개방을 주저하던 나라들도 모두 브뤼셀(EU 본부)로 모인다.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EU와의 무역협정을 반대하던 프랑스도 돌아설 분위기다. 우르줄라 EU 집행위원장은 "많은 국가들이 하루도 예측이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 하루아침에 마음을 바꾸지 않을 파트너를 찾기위해 속속 브뤼셀에 모이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EU로 뭉치고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낸다

트럼프 대통령의 90일 관세 유예 조치는 오는 7월 9일 끝난다. 공교롭게 오는 7월 유럽정상들은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을 만난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줄을 설 것으로 믿었던 유럽 정상들이 하나둘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대서양동맹은 흔들리고, 흔들리던 EU는 단단해진다. 취임 100일 만에 유럽과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미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관계가 요동을 친다. 그 어려운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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