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흡수합병 수순 밟는 캐롯손보…한화손보 손실액 살펴보니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5.04.30 00:00 / 수정: 2025.04.30 17:54
주당 5000원 주식 8000원 재매입…775억원 추가 투입
캐롯 6년 누적 적자 3339억원…단순 계산시 4115억원 손실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되면서 손실이 4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캐롯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되면서 손실이 4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캐롯손해보험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겸 사장이 주도해 설립했던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으로 흡수합병되면서 최소 775억원의 재매입 손실이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년간 캐롯의 누적 순손실이 3339억원에 이르는 것까지 감안하면 손해는 단순계산상으로 4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 24일 캐롯손보 주식 2586만4084주를 약 2056억원에 추가로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인수 대상은 티맵모빌리티(600만주), 현대자동차(140만주), 스틱팬아시아 4차산업그로쓰사모투자(600만주), 스틱글로벌혁신성장사모투자(175만1493주), 스틱아시아인프라스트럭쳐 이노베이션사모투자(13만4113주), 알토스 코리아 오퍼튜너티 펀드 3(438만5870주), 알토스 코리아 오퍼튜너티 펀드 5(147만8592주), (유)카발리홀딩스 투자목적회사(471만4016주) 등 외부 투자자들이 보유한 지분이다.

주당 인수가는 6000원~1만2000원 선으로 책정됐으며 주당 평균 인수가는 7950원이다. 이 가격 적용시 캐롯손보의 시가총액은 약 4790억원이며, 한화손보(98.3%) 지분 가치는 4709억원이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 설립 당시 주당 5000원의 가격을 매겼다. 이를 단순 계산으로 환산하면 출범 당시에는 1293억2042만원으로 지분을 출자해 매입(약 8000원)은 약 2069억1267만원에 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776억원의 손실을 안고 주식을 재매입하는 셈이다.

특히 한화손보는 지금까지 캐롯손보에 직접 출자와 타법인 지분 인수 등으로 6년간 총 4890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한화손보의 캐롯 지분가치가 4709억원임을 감안한다면 단순 투자수익률은 -3.7%로 환산된다.

캐롯은 설립 이후 매우 부진했다. 캐롯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2019년 91억원,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795억원, 2023년 760억원, 지난해 662억원 등이다. 누적 6년간 당기순손실은 무려 3339억원에 이른다. 캐롯의 누적 당기순손실 3339억원과 더불어 재매입 비용 손실 776억원을 합하면 약 4115억원의 손해가 나타나는 셈이다.

특히, IB업계에서는 캐롯의 지속된 부진으로 주주사들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이 흡수합병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캐롯의 주주사들이 기업공개(IPO)와 흑자 전환을 기대하며 자본금을 꾸준히 투자했지만 지난 6년간 번번이 실패하며 신뢰를 잃었다"면서 "캐롯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라 매각도 어려웠을 것이고, 어쩔 수 없이 흡수합병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롯은 김 사장이 적극 참여한 작품이다. 지난 2019년 당시 김 사장이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O)로 캐롯의 출범에 기획 단계부터 직접 주도했다. 당시 캐롯은 주행거리 기반 자동차보험 등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고, SK텔레콤(티맵),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참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캐롯은 기대와 달리 적자 행렬을 이어오다 한화손보로 흡수합병됐다. 장기보험 부재와 디지털 손보사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손보사들의 주 수익원은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등 장기 인보험에서 나오는데, 캐롯은 전적으로 단기성보험인 자동차보험에 의존해 왔다. 자동차보험은 수익성이 낮고 손해율 변동성이 큰 데다, 이미 국내에서는 과포화된 상태이기에 캐롯은 장기 현금흐름을 만들 수익원이 없었다.

여기에 디지털 손보사의 경우 설계사와 같이 오프라인 조직이 없어 초기 판매 비용은 낮지만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리스크를 세분화(언더라이팅)하기 매우 어렵고, 대형사 대비 인지도와 신뢰도가 낮다. 결국, 캐롯은 이를 극복하려고 낮은 보험료를 무기로 내세웠지만 높은 손해율로 이어졌고, 대형사가 탄탄한 재무여력을 활용해 유사 상품을 출시하면 다시 판매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돈이 투입되기에 여전히 대면채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때문에 대면채널이 없는 디지털 손보사는 좋은 보장의 상품을 내세울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손해율 증가로 이어지는 등 태생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의 캐롯 실패는 향후 금융 계열사 승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 금융 계열사는 현재 시가총액 합이 3조4255억원 규모로 iM금융지주(약 2조원)보다도 크다. 향후, 한화 금융 계열사가 금융지주사로의 전환도 고려하고 있는 만큼, 경영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검증이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김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의 지분은 0.03%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형제들의 도움이 있어야 성립되는 간접지배만 유효한 상태다. 김 사장이 빠른 시일 내에 경영능력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승계가 더욱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캐롯이 성공했더라면 김 사장이 경영능력을 빠르게 증명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 김 사장이 한화생명의 해외 진출 사업에 적극 매진하고 있기에 해외법인 실적 개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손보는 캐롯의 인수가 양측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캐롯의 흡수합병은 자본건전성 이슈의 해소와 함께 한화손보의 디지털 플랫폼 확장 등 시너지로 인해 합병 이후 양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합병하더라도 합병이후 재무건전성 이슈는 미미하며, 손익은 이미 연결기준으로 기 반영돼 합병 시 매출과 비용 시너지로 연결기준 손익은 오히려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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