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한진그룹이 LS그룹과 미래 성장 동력을 함께 찾겠다며 항공우주산업 등 분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외형은 업무협약이지만 공통 경쟁자인 호반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반그룹 후속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과 LS그룹은 지난 25일 사업 협력·협력 강화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항공우주산업과 도심항공교통(UAM) 등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한진과 LS의 공통 경쟁자인 호반을 견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평가한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조원태 회장 측이 지분율 20.1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뒤이어 호반그룹 계열사 호반건설이 지분율 17.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앞서 지난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KCGI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며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진행했다. 2020년 조 회장 누나인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을 잡고 조 회장과 주주총회에서 한판 승부를 벌였으나 조 회장 승리로 끝났다.
이후 KCGI가 2022년 한진칼 지분을 넘기면서 호반건설이 2대 주주에 올랐다. KCGI로서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한 셈이다. 당초 호반건설이 조 회장 우군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호반건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앞두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호반은 지난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의 행보에 제동을 걸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해당 안건은 표결에서 찬성 비율이 높아 통과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마무리한 한진 입장에서는 호반 존재가 달갑지 않다. 호반건설이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였던 금호산업 인수를 추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언제 다른 의도를 드러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LS는 직접적으로 호반과 충돌하고 있다. 지난 2021년 호반산업에 인수된 대한전선은 LS그룹 계열사 LS전선에 이어 국내 전선업계 2위 업체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대한전선은 최근 LS전선과 부스덕트 조인트 키트 특허 소송에서 최종 패소한 상태다.
또한 지난해부터 경찰이 대한전선의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기술 유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대한전선과 함께 입건한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LS전선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대한전선을 상대로 하는 민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에 이어 대한전선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뒤 조만간 송치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반은 지난달부터 LS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약 3% 안팎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호반이 LS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계열사 분쟁이 본격적인 그룹 간 분쟁으로 확대된 셈이다.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호반이 LS 지분을 매입한 것에 "왜 그러는지 모르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법상 발행주식총수 3% 이상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계장부 열람·등사 청구권과 주주제안권, 임시 주총 소집 청구권을 갖는다.
당장 한진과 LS는 항공우주산업 기술 고도화와 도심항공교통 운영시스템 인프라·충전 인프라 구축, 전기차 충전소 확대 등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업 분야 이외에서도 협력할 가능성을 언급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과 LS는 각 그룹 인적·물적 자원과 네트워크 등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각 사업 영역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해 성공적인 협업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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