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중국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대형 이커머스 업체 '징동닷컴'이 한국 자체 운영 물류센터를 개설하고 본격 물류시장 공략에 나섰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에 이어 징동까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자 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징동닷컴 산하 물류기업 징동로지스틱스는 최근 인천과 경기 이천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한국 법인 '징동코리아'를 통해 제3자물류(3PL)와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판매자가 물건을 징동 측 물류센터에 입고하면 주문 접수부터 포장·발송까지 위탁 처리하는 방식이다. 징동코리아는 서울과 일부 경기 지역에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징동코리아 인천 물류센터는 미국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와 국내 뷰티 기업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는 전용 창고로 운영 중이다. 펫커머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천 물류센터는 자동포장기 등 최신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포장 효율을 키운 시설이다.
징동닷컴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이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47위에 오른 중국 최대 리테일 기업 중 하나다.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총거래액 기준 알리바바, 핀둬둬와 함께 3대 업체로 꼽힌다. 자회사 징동로지스틱스는 19개국 이상에서 100여 개 해외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자사 주문의 90% 이상을 24시간 내 배송하고 있다. 자체 물류와 직매입 기반으로 운영하는 종합 이커머스 모델이 아마존과 닮았기 때문에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기도 한다.
징동코리아는 징동닷컴의 해외 직거래 플랫폼 '징동 월드와이드'를 통해 한국산 제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무관세, 수수료 면제, 물류 보조금 정책을 시행해 한국 브랜드의 중국 진출까지 지원한다.
징동닷컴의 전략은 다른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과 구분된다. 자체 운영 물류센터에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을 접목했다.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소비자 대상 직매입 판매까지 염두에 둔 점도 주목된다. 기존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센터 설립을 예고만 한 단계이며, 테무는 김포 소재 물류센터를 임차 운영한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징동이 물류부터 판매까지 직접 통제하는 구조를 앞세워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징동은 다른 시장에서도 물류 인프라를 갖춘 후 직접 판매 방식으로 커머스에 진출해왔다"며 "직매입 체계로 자체 이커머스 가격 경쟁력을 챙길 경우 쿠팡과의 정면 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최근 중국 이커머스들은 한국 시장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액면세제도 폐지와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미국 내 사업 환경이 악화된 영향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상위권에 올랐으며, 알리는 2026년까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쿠팡은 수도권 중심의 로켓배송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으며, 네이버는 쇼핑·페이 통합 전략과 새벽배송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SSG닷컴과 롯데ON도 자체 물류 거점을 확대하고 브랜드 직소싱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격·배송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해외 이커머스 경쟁자들이 늘어나면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본다"며 "물류와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장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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