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증시에 돌아온 '빚투'…투자자 피해 '우려'
  • 이라진 기자
  • 입력: 2025.04.28 00:00 / 수정: 2025.04.28 00:00
신용거래융자 잔고, 올해 초 대비 1.6조원↑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 '급증'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초 대비 약 1조6000억원 늘어난 17조2742억9500만원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초 대비 약 1조6000억원 늘어난 17조2742억9500만원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미국발 관세 위협, 대선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빚을 내서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2742억9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2일 기록한 15조6823억2900만원 대비 약 1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신용거래융자잔고는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매매를 위해 주식·현금을 담보로 돈을 빌린 금액이다. 해당 잔고가 늘수록 '빚투'가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도 급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66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말 대비 1조596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전월 말 대비 증가한 것은 작년 11월 후 5개월 만이다.

특히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의 급증세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 빚투가 증가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4월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여파로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가 크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약 4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 3월의 순매수액인 약 41억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개인 투자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반도체 종목에 대해 더 높은 기대를 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빚투'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테마주로 꼽히는 에이텍의 신용거래융자잔고수량은 지난 23일 기준 74만주, 신용거래융자잔고율은 9.07%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2일 잔고수량(6만9587주) 대비 약 67만주 늘어난 수준이다. 또한 잔고율은 0.84%에서 급등했다.

또한 또 다른 이재명 테마주인 동신건설의 잔고수량과 잔고율도 크게 증가했다. 동신건설의 지난 2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잔고수량은 9만2709주, 신용거래융자잔고율은 1.1%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2일 잔고수량(4170주)보다 8만8539주 늘어난 수준이다. 또한 잔고율은 0.04%에서 크게 뛰었다.

정치 테마주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종목들에 대한 '빚투'도 크게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도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4483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92.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0.65% 늘어난 7434억원을 기록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거래소가 6개월 만에 증권·파생상품시장의 증거금률을 크게 올렸다. 개인 투자자의 '빚투'가 크게 늘자 레버리지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증권·파생상품시장의 증거금률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증거금률이란 투자자가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계좌에 예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 비율을 의미한다. 증거금률 조정을 통해 현금 미수 거래나 신규 신용대출 등 신용거래에서 리스크를 제한할 수 있다.

이번 한국거래소의 증거금률 조정은 정기 조정이 아닌 수시 조정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시황 및 업종지수 13개 항목에 대해 증거금률이 조정됐다. 변경 폭은 최소 0.06%포인트에서 최대 1.78%포인트까지다. 특히 파생상품시장에서 총 7개 기초자산의 증거금률이 올랐다. 주가지수에는 코스피200, 코스닥150이 포함됐으며,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알테오젠, TIGER 나스닥100 ETF가 포함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관리지침에 따라 증거금률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raji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