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공습에 조기대선까지 정유업계, SAF 선점 '올스톱'
  • 장혜승 기자
  • 입력: 2025.04.25 11:15 / 수정: 2025.04.25 14:24
정유업계 미래 먹거리 낙점 SAF 초기 투자 진행
중국산 저가 공습에 당초 올 상반기 발표 예정 'SAF 세부 전략과 투자방향' 연기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감소로 시름하는 한국 정유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팩트DB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감소로 시름하는 한국 정유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팩트DB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감소로 시름하는 한국 정유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래 항공유'로 불리는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에 중국이 뛰어든 데다 올해 상반기 발표하기로 했던 SAF 세부 전략과 투자 방향이 조기대선으로 연기될 수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AF 원료 최대 보유국 중국이 내달부터 세계 SAF 시장에 물량 출하를 예고하면서 SAF 시장에 격변이 예고된다.

SAF란 석유와 석탄 같은 기존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생활폐기물, 해조류 등 친환경 연료로 만들어진 항공유를 뜻한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를 대거 감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SAF 의무 사용을 요구하는 정책이 확산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유 수입국인 미국은 2050년까지 일반 항공유를 100% SAF로 대체하기로 했다. 유럽은 올해 2%를 시작으로 2050년까지 모든 항공유의 70% 이상을 SAF로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SAF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선점하기 위해 초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공동처리) 방식으로 SAF 상업 생산을 착수했다.

에쓰오일은 동식물성 유지 등 폐기물 기반 바이오 연료를 기존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에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받았다. SAF 국제인증(ISCC CORSIA)도 획득했다. GS칼텍스는 핀란드의 네스테에서 SAF를 공급받아 지난해 9월부터 대한항공과 함께 SAF 시범 운항에 들어갔다.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 공장에서 SAF 연 50만 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저가 공세에 나설 경우 한국 정유사들에 큰 타격이 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또다른 연료 중 하나인 바이오디젤 시장에 저가를 무기로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SAF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며 세계 SAF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조기대선으로 당초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상반기 발표하기로 했던 SAF 세부 전략과 투자 방향이 연기된 점도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정유업계가 SAF 전용 설비 구축을 통해 공급량을 늘려 수출까지 하려면 업계 노력 외에도 정부 차원의 세제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 SAF를 대량 생산해 수출하기 위해서는 전용 생산시설이 필요한데 수조원 가량의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된다.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감소로 시름하는 한국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SK이노베이션 공장. /SK이노베이션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감소로 시름하는 한국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SK이노베이션 공장. /SK이노베이션

해외에서는 정부가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L당 440~615원의 생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은 시설 투자를 위해 약 292억엔(약 2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생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생산 시 리터당 30엔(약 270원)의 생산세액공제 혜택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공감하고 미래 시장 수요가 확대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적극적으로 지원을 준비해왔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SAF 확산 전략을 발표하고 올해 상반기 중 '중장기 SAF 혼합의무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예고했다. 하지만 조기대선을 앞두고 행정부 부재로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

오현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을 위한 신석유대체연료의 개발·보급 현황과 정책 시사점: SAF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SAF 국내 생산을 목표로 한다면 SAF 생산자에 대한 세금 감면과 공장 설립시 허가지원, 부지 마련 편의제공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SAF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항공유 수출시장 1위 지위를 SAF 수출시장에서도 지키려면 앞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 일본과 같은 수준의 정책적 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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