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국내 최대 아연 제련소인 영풍 석포제련소가 과거 환경오염 문제와 중대재해로 인한 불명예를 딛고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폐수 무단 방류 적발로 58일간 조업이 중단됐던 석포제련소는 25일 재가동을 앞두고 임직원 및 지역사회와 함께 '리스타트(Re-Start) 선포식'을 개최했다. 무사고·친환경 경영을 통한 100년 지속 가능 제련소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석포제련소 리스타트 선포식은 지난 18일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에서 열렸다. 선포식은 무사고·친환경 조업과 생산 혁신을 다짐하며 한 단계 발전된 제련소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김기호 영풍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 500여명, 협력사 직원·지역주민 100여명이 참석했고 박현국 봉화군수, 권영준 봉화군의회 의장, 박창욱 경북도의원 등 지역사회 주요 인사들도 함께해 제련소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영풍 임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환경·안전·사람·지역을 핵심 가치로 하는 4대 비전을 선언했다. △친환경 설비 도입과 철저한 환경 관리를 통해 자연을 보호하고 △예방 중심 안전시스템 강화를 통한 무재해 사업장을 실현하며 △임직원이 존중받고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해 따뜻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기호 대표이사는 "석포제련소는 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며, 환경 투자가 마무리되면 더는 흠 잡을 곳 없는 제련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를 '친환경 스마트 제련소'로 탈바꿈하기 위해 대규모 환경·안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약 4400억원을 환경 개선에 투자했고, 앞으로도 3000억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세계 제련소 최초로 폐수를 100% 재이용하는 '무방류 수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모든 폐수를 공정 내에서 재활용하고 있으며, 제련소 부지 주변에는 지하수 차단시설을 설치해 오염수 유출을 원천 차단했다.
이러한 개선 노력은 수질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석포제련소 하류 '석포2' 지점의 수질은 아연 0.15044㎎/L, 카드뮴과 납은 모두 0㎎/L로 측정돼 법적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같은 아연 품목을 생산하는 울산 소재 제련소 인근 하천에서는 아연 0.74784㎎/L, 카드뮴 0.00589㎎/L이 검출돼 석포제련소 인근 수질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중대재해 문제 해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풍은 조업정지 기간을 활용해 노후 설비를 정비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환경·안전 교육을 강화했다. 앞으로도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한 체험형 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영풍은 정부·지자체·시민단체·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합동 환경모니터링위원회'를 운영해 통합환경허가 조건 이행 여부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문화행사 후원, 환경정화활동 등 사회공헌활동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2019년 이후 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힘써 왔고 무방류 수처리 시스템처럼 실제 성과로 나타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며 "여전히 일부에선 (개선 노력·성과를)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수달이 다시 돌아올 정도면 이미 달라진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설비 개선, 안전관리 고도화 등 분야별로 매년 1000억원 이상을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라며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바뀌고 있는 만큼 환경단체와 지역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열린 자세로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장학금, 난방비 지원, 청소년 영화제작 멘토링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해오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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