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85%.
지난해 한국은행 발표 자료에서 국내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자산 구성비 가운데, 실물자산(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부동산 편중 자산 구조는 은퇴를 앞둔 고령가구들이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자산 규모 자체는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고령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554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자산이 비유동적이다 보니, 생활비 마련을 위해 노동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통계청·고용부에 따르면 지난달 65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은 40.1%였다. 70대 이상도 32.4%에 달한다. 이들이 계속 근로를 하는 이유는 '생활비 마련' 때문이다. 생계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가구의 비중은 57.0%나 됐다. 생계비를 충당하기 위해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달 공개한 고령화사회 관련 보고서는 "고령가구 자산 분포를 볼 때 부동산자산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자산 배분이 비유동적인 형태에 집중돼 있어 은퇴 이후 안정적인 생계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들의 자산이 부동산에 몰린 점은 전체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령가구에서 소득 감소에 대응해 소비를 크게 축소시킴으로 생애주기가설에서 주장하는 '소비평탄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고령화가 더 진행될수록 생활안전 문제는 물론, 경제·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중 '주택 다운사이징'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주택 다운사이징은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작은 집이나, 저렴한 집으로 이사함으로써 재정적 효율성을 높이는 거주 주택 활용 전략이다.

◆ '주택 다운사이징', 경제적 부담 줄이는 현실적 대안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이달 발간한 '하나금융포커스'를 통해 "주택 다운사이징은 고령가구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며 "이를 통해 재산세·보험료·유지비 등의 주거 관련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매각 차익은 부채 상황이나 저축·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영국의 경우 기존주택이나 새 주택의 자산가치를 담보로 활용해 기존 집이 팔리기 전, 더 작은 주택을 먼저 구매할 수 있도록 단기대출을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도 다운사이징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상품 제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데이터정보과학회지가 지난해 발행한 '중·고령층의 주택 다운사이징 의향 분석·시사점' 보고서는 "주택은 고령가구에게도 노후소득 마련 수단으로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노후 소득 마련과 주거 과소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주택 다운사이징을 고려할 수 있다"며 "다운사이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차액에 대한 연금계좌 한도 확대·세분화와 함께 거래비용 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지원이 요구된다"고 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지난해 말 발간한 '주택금융 리서치'에서도 "한국 고령가구의 자산분포를 고려할 때 자산유동화 프로그램의 확대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고령가구가 주 거주지를 다운사이징할 경우 세금과 같이 거래와 관련된 비용을 줄여주고, 차액을 연금으로 전환하거나 장기투자 중심의 금융투자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