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소현 기자] AI 댄서들과 함께 어깨를 들썩이는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모습은 '월드 IT쇼 2025'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기술을 '보여주는' 전시를 넘어, 직접 '체험하게 하는' 공간으로 구성된 이번 행사에서 SK텔레콤과 KT는 각각 인프라 중심, 참여형 콘텐츠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AI의 현재를 제시했다.
24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 월드 IT쇼 2025 개막 한 시간을 앞두고 전시장 앞은 이미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전시장 3층으로 올라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SK텔레콤과 KT의 대형 부스였다. 각각 261평, 263평에 달하는 공간은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 중인 두 통신사의 기술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SK텔레콤 부스는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라는 테마 아래 꾸며졌다. AI 데이터센터(AIDC)를 중심축으로, 팩토리·오피스·홈·병원·마켓 등 다양한 생활 공간에서 AI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초대형 서버를 형상화한 구조물이었다. 실제 DC를 연상케 하는 전시 연출을 통해, SK텔레콤이 강조하는 AI 인프라 전략이 단번에 드러났다. 구조물 안에는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와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SKC의 유리 기판 등 반도체 제품이 전시됐다.
SK텔레콤은 AI를 일상에 녹여낸 다양한 서비스를 B2B와 B2C 영역으로 나눠 전시했다. B2B 서비스로는 SK텔레콤이 SK C&C와 공동 개발 중인 업무용 AI 에이전트 '에이닷 비즈', 반려동물 AI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 AI 기반 목소리 분석 및 음성 질환 진단 기술 '보컬 비전' 등이 소개됐다.
특히 관람객의 관심을 끈 것은 에이닷 비즈였다. 현장 설명에 나선 관계자는 "회의록 작성, 회의실 예약 등을 할 수 있고, 인사·법무, 세무 등 사내 전반의 행정 업무도 지원하는 AI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한 관람객은 "법무까지 가능하다면 법무팀은 어떻게 되느냐"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B2C 서비스로는 자체 개발 LLM인 '에이닷 엑스'를 포함해 다양한 LLM을 탑재한 AI 에이전트 '에이닷',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 주는 AI 기반 구독 마켓 'T우주' 등이 전시됐다.
가장 많은 시선과 발걸음을 끌어낸 건 'AI 골드러시' 부스였다. 관람객들은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한 채 RC카에 부착된 카메라 영상을 보며 레이싱 및 슈팅 게임을 체험할 수 있었다. 게임을 마친 이들에게는 코인이 지급됐고, 이를 활용해 경품을 받을 수 있었다. SK텔레콤은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골드러시 시대의 철도, 곡괭이·청바지, 금에 빗대어 AI 골드러시 존으로 시각화했다.
반면 KT 부스는 'K 인텔리전스'라는 주제 아래, 한국적 감성과 기술을 결합하는 데 집중했다.
KT의 전시 부스는 '한옥 마당' 콘셉트로 꾸며졌다. 부스 입구에는 전통 한옥의 지붕선을 형상화한 곡선형 구조물이 설치돼 한국적인 정서를 강조했다. 그 아래 대형 전광판에는 유채꽃이 만개한 풍경이 구현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시 공간은 △K intelligence △어울림 마당 △기업 마당 △연구 마당 △배움 마당 △상생 마당 △놀이 마당 △즐거움 마당 등 총 8개 테마 존으로 구성됐다.
우선 어울림 마당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한 AI 업무 에이전트 4종과 팔란티어 프로젝트 등 글로벌 파트너십 기반의 B2B 기술이 소개됐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미로형 체험존도 마련됐는데, KT의 5G 정밀 측위 기술을 활용한 3D 정밀 위치 정보 긴급구조 솔루션 '엘사'를 활용한 미아 인형 찾기 시뮬레이션이 제공됐다. 이 기술은 구조요청자를 찾아야 하는 긴급상황에서 요청자의 스마트폰 신호를 기반으로 위치를 탐지해 구조 작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부스에 상주한 직원은 "요청자의 스마트폰 신호를 추적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라며 "(관람객이) 단말기를 들고 미로 속을 이동하면, 목표물(미아 인형)에 가까워질수록 레벨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구조요청자의 위치를 유추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부스에서는 특히 놀이 마당과 즐거움 마당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수원 AI 스타디움의 AI 전광판 구현 사례를 비롯해, 지니뮤직의 케이팝 음원에 맞춰 AI가 생성한 댄서와 관람객이 함께 춤을 추는 인터랙티브 체험 공간도 운영됐다.
KT 위즈를 테마로 한 피칭 체험존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수원 위즈파크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관람객이 공을 던지고, 던진 공의 속도에 따라 상품이 주어졌다.
AI 댄서와 춤을 추는 체험존도 인기였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도 현장을 방문해 AI 댄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직접 춤을 추는 등 즐거운 모습을 보였다. 현장의 열기와 흥겨운 분위기 속에 관람객들의 웃음과 환호가 이어졌다. 한 관람객은 "게임처럼 즐기다 보니 AI가 조금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SK텔레콤과 KT 대표는 모두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회장 자격으로 월드 IT쇼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에서 제외됐다. 유심(USIM) 해킹 사고 대응이 우선순위로 떠오르며 일정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 대표가) 복수의 현안과 일정이 겹치면서 월드 IT 쇼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며 "전날까지는 참석을 검토했으나, 상황상 회사를 못 비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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