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산업 분야 공약을 속속들이 발표하면서 에너지 분야 정책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찾아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만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AI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 선결조건이어서다.
24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원전 관련한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AI 투자 확대를 뼈대로 하는 AI 공약을 발표할 때도 이를 뒷받침할 전력 공급 구상은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내에서 기류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에너지믹스(원자력에너지와 재생에너지, 화석연료 등의 발전 비중 조정) 대책 간담회'를 마친 후 "(탈원전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 때와 상황이 다르다"며 "원전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에 대해 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간담회에서는 "우리나라도 소형모듈원자로(SMR)나 초소형모듈원자로(MMR),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 관련 기술이 상당 수준에 올랐다"며 재차 원자력 생태계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이 후보도 지난해 10월 전남 영광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가동 중인 원전을 멈추거나 재가동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외곽 정책 자문 그룹 '성장과 통합'의 유종일 상임공동대표도 지난 16일 출범식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정책이 필요하다"며 "과거 정책과는 기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언주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소형모듈원자로(SMR)에 관심이 많은 의원들이 제법 있다"며 "유럽만 해도 탈원전을 선호하던 나라들이 AI 빅테크 전기 수요가 많아지면서 원전을 도입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전력원을 도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006년 SMR 설계 업체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구글은 2023년 빅테크 최초로 카이로스파워가 개발 중인 SMR에서 2039년까지 5G기가와트일렉트릭(We) 규모의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아마존은 세 개의 SMR 기업에 투자했고, 메타 역시 SMR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검토 중이다.
한편 이 후보는 지난 17일 SNS에 "대한민국을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며 K-방산을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는 등 산업 분야 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22일에는 지구의 날을 맞아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의 기후·환경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23일에는 제주를 2035년까지 탄소중립 선도 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는 해상풍력과 태양광으로 구성된 청정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린수소와 에너지 저장기술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완성하고,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를 확충해 친환경 모빌리티로 100%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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