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5수생' 빗썸, 거래소-신사업 분리안 묘수될까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5.04.23 11:02 / 수정: 2025.04.23 11:02
22일 인적분할 통해 거래소 법인 분리
IPO 위한 복안 시각 지배적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사 빗썸이 거래소와 신사업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에 나서면서 IPO 추진 작업에 박차를 가할지 주목된다. /남용희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사 빗썸이 거래소와 신사업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에 나서면서 IPO 추진 작업에 박차를 가할지 주목된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5년 전 기업공개(IPO)에 나섰다가 시장 인식 부재와 규제 미비 등에 고배를 마신 빗썸이 거래소와 신사업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단행해 시장 주목을 받는다. 인적분할을 통해 거래소 외 사업 간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 다각화 지적도 일부 해소한 만큼 법인 분리안이 IPO 흥행을 위한 묘수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빗썸은 지난 21일 인적분할을 위한 정정 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빗썸을 주력 사업인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을 하는 존속법인으로 남기고, '빗썸에이'라는 법인이 새롭게 설립되는 형태다. 분할 비율은 56.67%%, 44.33%로 기존 빗썸 주주들은 지분에 비례해 신주를 받는다.

빗썸은 그간 본업인 거래소업 외에 투자업, 부동산 자문 및 컨설팅업, 대부업 등을 해왔다. 추진 중인 인적분할을 완료하면 이런 사업들을 빗썸에이가 맡게 될 예정이다. 빗썸은 인적분할 목적으로 각 사업부문의 독립적 책임구조 마련을 통한 비거래소 사업 리스크 전이 원천 차단, 고객 예치금 관리 투명성 및 안정성 극대화를 통한 엄격한 독립 보관 체계와 투명한 재무구조 확보 등을 꼽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빗썸이 이르면 올해 안에 IPO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거래소와 거래소 외 사업들을 분리했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책정하거나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등을 진행할 때 오로지 거래소만으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에서다.

과거와 달라진 소비자 인식 개선도 올해가 빗썸의 IPO 적기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무엇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과 회계 공시 기준 마련 등 가상화폐 시장에 제도적인 정비가 이뤄지고 있고,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 지난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에 대해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힘을 더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이 최근 들어 거래량 감소세를 보이기 때문에 IPO를 단행하는 시기에 원하는 기업 가치 평가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화폐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평균 가상자산 거래량은 1460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보다 27%가량 줄었다.

아울러 상장 후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임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빗썸을 거래소만 하는 존속법인으로 떼어냈기 때문에 스톡옵션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빗썸 임직원들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50억원가량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우월한 위치에 있지 못한 가상화폐 시장 점유율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빗썸은 시장에서 두나무의 업비트(72%)에 이어 약 25%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단 두나무보다 먼저 상장하게 된다면 가상화폐 거래소 중 첫 상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인적분할을 통해 거래소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신사업은 비교적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존속법인의 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적 마련이나 소비자 인식 개선 등 대외적인 여건도 상당 부분 개선된 만큼 인적분할로 투명한 재무구조 등이 확보된다면 IPO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빗썸 측은 인적분할을 통해 IPO에 나선다는 것은 부인했으나, 이번 사업구조 변경이 기업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빗썸 관계자는 "지난해 추진했던 인적분할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IT부문에 대한 적극 투자와 이용자 보호 및 안정성 확보를 지속함으로써 더욱 신뢰받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거래소와 신사업이 각각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춤으로써 기업의 양적, 질적 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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