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2년 연속 영업이익 하락을 겪고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롯데그룹의 쇄신 기조 속에서 내부 체계를 개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18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감소했고 순이익은 600억원으로 64% 급감했다. 매출액은 4조245억원으로 24.8% 증가했음에도 내수 부진과 원가 상승 영향을 받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 영업이익 하락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사업에 힘이 점점 실리는 반면 다른 부문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다. 주류 매출액 중 소주 비중은 지난 2022년 36%에서 지난해 44%까지 치솟으면서 소주 의존도가 커졌다. 이 회사의 소주 매출액은 지난 2년 간 제로슈거 소주 '새로'의 인기에 힘입어 약 30% 성장한 반면 같은 기간 맥주 매출은 16%, 와인은 20% 급감했다. 음료 부문에서는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4분기 80억원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이에 실적과 쇄신에 대한 그룹의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 해소, 전반적인 체질 개선 필요성에 대해 주문했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와 VCM(사장단 회의) 등에서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각 계열사에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한 핵심사업 경쟁력 회복, 재무 건전성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롯데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최초로 전 계열사 직무급제 도입을 선언했다. 총 40여 개 직무를 업무 중요성과 대체 가능성, 업무 강도 등을 고려해 레벨1~5로 구분하고 기본급을 차등 지급하는 급여 방식이다. 성과급은 기존처럼 별도 평가로 지급돼 직무급제에 성과급 제도를 더한 형태가 된다. 상반기 내 일부 계열사에서 구체적 실행안을 마련하고 내년까지 전 계열사에 적용할 예정이다.
그룹 변화에 맞춰 롯데칠성음료도 내부 인사제도 개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 방안 중 하나인 ‘GL(Growth Level)’ 제도는 기존 4단계(주임·대리·책임·수석) 직급 체계를 6단계(GL 1~6)로 세분화하고, 승진 연한을 없앤다. 성과에 따라 등급이 빠르게 상승할 수도, 다시 강등될 수도 있는 구조로 '신상필벌' 원칙이 강조된 설계다.
변동 성과급 개념도 언급됐다. 연봉의 5~10%만큼을 매년 성과급으로 적립해두고 연간 고과에 따라 일부는 더 받고 일부는 덜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제도다. 평가가 높으면 성과급을 더 얹어 받지만, 낮으면 절반만 받거나 전액 삭감될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언급된 직급, 성과급 체계는 현재 그룹 계열사 일부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당사 환경에 맞춰 변동되거나 다른 정책이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며 "직무중심의 HR전환 차원에서 인사제도를 살펴보고 있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검토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인사제도 개편을 통한 내부 재정비와 함께 외부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수익성 방어와 중장기 성장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외부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며 "중장기 성장 전략도 예정에 따라 흔들림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올해 대표이사직 재신임을 받으며 앞으로 2년간 경영 책임을 더 이어가게 됐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와 유통·물류 효율화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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