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폭탄·수익성 붕괴…지방 건설산업 '벼랑 끝' 묘수는?
  • 이중삼 기자
  • 입력: 2025.04.23 09:55 / 수정: 2025.04.23 09:55
지방 건설수주 2년 연속 부진…지난해 8.6%↓
'악성 미분양' 80.8% 몰려 있어
조기 대선 '국토균형발전' 핵심 쟁점
지방 건설산업이 경기 침체와 미분양 주택 문제로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지방 중심의 건설수주 감소로 지역경제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뉴시스
지방 건설산업이 경기 침체와 미분양 주택 문제로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지방 중심의 건설수주 감소로 지역경제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지방 건설산업이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2년 연속 이어진 수주 감소에 더해 미분양 주택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공사 현장이 멈추면서 건설사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건설수주는 8.6% 줄었다. 2023년 15.2% 줄어든 데 이어 2년 연속 부진을 이어갔다. 건설수주는 건설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선행지표로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방 중심의 수주 감소 영향으로 투자와 고용 부진이 장기화되고, 지역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착공도 지방에서 크게 줄었다. 국토교통부의 '25년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연간 1~2월 누계 지방 주택 인허가는 1만2824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55.5% 감소했다. 지방 착공은 1만1813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34.1% 줄었다. 같은 기간 분양도 53.9% 급감했다.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61가구로, 이 가운데 74.8%(5만2461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전체 2만3722가구 중 80.8%(1만9179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방 건설사들의 도미노 부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중견 건설사 9곳이 법정관리 신청에 나섰다. 신동아건설·대저건설·삼부토건·안강건설·대우조선해양건설·삼정기업·벽산엔지니어링·이화공영·대흥건설 등이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년간(2023년~2024년) 분양·임대를 위해 아파트 등을 짓다가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은 3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건설산업은 업 영위를 위해 관내에서 이뤄지는 공공 발주 물량에 상당수 의지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지방 건설산업은 업 영위를 위해 관내에서 이뤄지는 공공 발주 물량에 상당수 의지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구조적 문제로 자리잡은 미분양…시장 불안 지속

전문가들은 지방 건설산업의 현 상황에 대해 '진퇴양난'이라고 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지방 건설산업은 업 영위를 위해 관내에서 이뤄지는 공공 발주 물량에 상당수 의지하고 있다. 이 중 지자체 발주 물량에 의지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결론적으로 대부분 공공 예산 부족·민간 경기 위축에 따른 수주 물량 감소와 함께 성장을 감안한 이윤 창출이 이뤄지지 못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는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지역 경기침체, 공급 과잉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며 "시장 불안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방 건설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방안' 보고서는 안정적 물량 제공 기반 마련, 지역건설업 보호 강화 정책 추진 지속, 역량 강화 유도를 통한 경쟁력 강화, 거버넌스 고도화 등 네 가지 방향이 상호 균형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지방 건설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맞춤형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뉴시스
지방 건설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맞춤형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뉴시스

◆ "지역 경제 활성화·인구 유입 촉진 정책 절실"

무엇보다도 보고서는 "지자체의 각별한 관심과 더불어 맞춤형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며 "개별 지역이 처한 지역 건설산업 맞춤형 정책 추진이 중앙정부보다는 지자체가 이행하는 것이 더욱 실효성을 갖춘 구제적 정책 입안과 안정적 실행 환경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분양 문제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지방의 경제적 여건은 수도권과 다르므로 대출 규제를 지역별로 차별화해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역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적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촉진이 핵심이 돼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주택 수요를 자연스럽게 증대시켜야 한다"며 "또 교통망 확충과 기반시설 개선을 통해 지방의 접근성을 높인다면 거주 수요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각 당 예비 대선 경선 주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국토균형발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 첫 단추로 국회·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역대 대선마다 반복돼온 공약인 만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번에도 말뿐인 공약에 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