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선택과 집중' 외쳤지만…카카오, 반복되는 매각설과 '집중'의 빈자리
  • 조소현 기자
  • 입력: 2025.04.23 00:00 / 수정: 2025.04.23 00:00
카카오 자회사 매각설 잇따라…노조 반발 확산
AI 중심 전략 실효성 논란…전문가들 "경쟁력 의문"
카카오가 최근 주요 자회사를 둘러싼 매각설에 연이어 휘말리고 있다. /더팩트 DB
카카오가 최근 주요 자회사를 둘러싼 매각설에 연이어 휘말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카카오가 AI를 핵심 사업으로 삼겠다며 '선택과 집중'을 선언했지만, 주요 자회사를 둘러싼 연이은 매각설 속에 내부 반발과 외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사업 정리를 통한 핵심 역량 강화는 자연스러운 경영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정작 AI에 대한 '집중'이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선언은 있었지만, 전략을 뒷받침할 역량이 입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를 둘러싼 매각설에 연이어 휘말리고 있다. 회사는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자회사의 주요 주주에게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내부 구성원과 노동조합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과거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증시 침체와 콘텐츠 산업 둔화 등으로 상장을 보류했고, 최근 주요 주주에게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2대 주주인 TPG 컨소시엄이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며, VIG 컨소시엄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면서 논란이 됐다.

카카오엔터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진은 매각설과 관련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권기수·장윤중 카카오엔터 공동대표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카카오가 재무적 투자자(FI) 교체 및 지분 변동을 논의 중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매각설로) 와전됐다"고 밝혔다. 유영중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카카오의 경영권 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FI 교체 방안을 주주사와 투자자가 검토한 바는 있지만, 구체적인 거래 조건 등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카카오 노조는 이같은 설명에 납득하지 않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주요 자회사 매각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 투자사 임직원을 통해 매각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크루유니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크루유니언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매각설의 배경에 대해 카카오의 과거 계열사 확장과 성장 동력 상실을 지적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는 M&A 중심의 확장 전략을 펼치며 계열사를 빠르게 늘려왔지만, 외부에서는 이를 '문어발식 확장'으로 비판해 왔다"며 "150개에 달했던 계열사 수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또 동시에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계열사 정리 이슈와 맞물려 매각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매각은) 기업 경영에서 자연스러운 절차"라면서도 "공세적이지 않고 (성장 정체 속에서 이뤄지는) 수세적 대응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 한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며 "카카오엔터 역시 당초 상장을 추진했지만, 시장 상황 악화로 현실화되지 못하면서 매각 가능성이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단순한 민간 IT 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진 존재라는 지적이다.

크루유니언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대리운전 등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교통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현재 유력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사모펀드 VIG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국민 이동권과 데이터 보안,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환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 호출 시장 90% 이상을 점유한 전국민적 플랫폼"이라며 "사모펀드가 지배하게 될 경우 이용자 데이터를 판매하거나 회사를 분할해 재매각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소비자와 노동자 모두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는 어디까지나 민간 기업인 만큼 항상 공공성이 우선일 수는 없다"면서도 "카카오는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하면서 공공성을 내세워 '우버'나 '타다' 같은 경쟁자의 진입을 막고, 제도적 특혜를 확보해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지금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것도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카카오가 내세운 AI 중심 재편 전략은 자회사 정리의 주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AI가 선택과 집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그 '집중'의 실체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의 정당성은 실행의 설득력에서 비롯되는 만큼, 지금과 같은 추상적 방향 제시와 후발주자 위치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실적 발표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AI와 카카오톡을 핵심 사업 축으로 삼고, 연관성이 부족한 사업은 비핵심으로 분류해 효율화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혀왔다. 정 대표는 지난달 주총에서도 "카카오톡과 AI로 정의한 핵심 자산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공방정식을 발견하고 성공의 경험을 만들어갈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향 설정이 전략적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위 교수는 "카카오에 '왜 엔터랑 모빌리티를 매각하냐'고 물으면 '그 자금으로 AI에 집중하겠다'고 얘기할 것"이라며 "그 얘기는 2년 전에 나와야 했다. 지금 시점에서 (자회사를) 정리한다고 해서 AI 사업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늦은 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역량 면에서도 네이버와 비교해 뒤처진다"고 말했다.

황 교수도 "카카오가 AI 분야에서 역량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라며 "단순히 '남들도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의 전략은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오히려 카카오가 강점을 지닌 메신저 기반 플랫폼 중개 기능에 집중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sohyu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