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ESG?…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환경법 위반 '경고등'
  • 장혜승 기자
  • 입력: 2025.04.22 16:51 / 수정: 2025.04.22 17:38
HD현대오일뱅크 전직 임원, 대산 공장 불법 폐수 배출 혐의 1심 실형
GS칼텍스, 환경표지 인증 기업 중 환경법 위반 횟수 최다
국내 정유사들이 환경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전경 /HD현대
국내 정유사들이 환경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전경 /HD현대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환경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탄소 배출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기업 내·외부에서 ESG 경영 관리감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D현대오일뱅크는 충남 서산 지역에 위치한 대산공장의 불법 폐수 배출 사건 항소장을 제출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항소장을 제출했고 향후 관련된 일정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6일 물환경보전법위반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와 전·현직 임원들의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전 대표이사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전 안전생산본부장 B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와 전 안전생산본부장 B 씨 등은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의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수질오염 물질인 페놀 및 페놀류가 함유된 폐수 33만톤 상당을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자회사인 현대오씨아이 공장으로 배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17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폐수 합계 130만 톤 상당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않고 현대오일뱅크 공장 내 가스세정시설의 굴뚝을 통해 대기 중으로 증발시켜 배출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임원 3명에게도 징역 6개월~1년을 선고했다. HD현대오일뱅크에는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는 굴지의 기업으로, 수질오염시설을 새로 설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세하지 않다"며 "그럼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인근 거주 주민들의 악취 민원으로 지역 관할 행정관청 공무원 점검이나 단속이 있을 때만 폐수 공급을 중단하는 등 주도면밀함을 보였다"며 "수사 개시 이후 깨끗한 물을 늘려 페놀값을 낮추는 등 범죄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환경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GS칼텍스 공장 전경. /GS칼텍스
국내 정유사들이 환경법 위반으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거나 행정처분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GS칼텍스 공장 전경.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는 판결 당일 입장문을 내고 "1심 판결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및 법리 판단 등에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즉시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HD현대오일뱅크 공정 내 가스세정시설을 통한 대기 중 배출 혐의와 관련 오염물질이 배출됐다는 직접 증거가 없으며, 오염물질의 대기 중 배출 사안에 대해 물환경보전법 적용은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주장했다.

GS칼텍스도 지난 2020년 여수산단 GS칼텍스 폐수탱크의 수위감지기 결함으로 폐수 3000리터가 토양으로 유출돼 도마에 올랐다. 이주환 전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환경표지 인증기업 및 취소 현황'에 따르면 GS칼텍스는 환경표지 인증 기업 중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환경법을 총 14회 위반해 환경법규 위반 기업 1위를 기록했다.

환경표지 제도는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제품의 환경성'을 개선한 경우 그 제품에 환경표지를 표시해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개발·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자발적 인증제도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는 '탄소 중립 윤활유' 광고로 환경부에서 행정지도를 받았다. 앞서 SK엔무브는 2022년 프리미엄 저점도 엔진오일 3종을 출시하면서 미국의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베라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만든 탄소중립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이 제품이 자발적 탄소배출권의 한계나 실제 감축량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환경부는 해당 광고가 그린워싱이라는 판단 하에 행정지도를 내렸고 광고와 제품 판매는 모두 중단됐다.

이처럼 ESG경영 강화를 외치는 정유사들의 정반대되는 행보에 기업 내·외부에서 ESG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장사들이 지속가능보고서를 공시할 때 이런 폐수 유출 사건 등 중대한 환경 이슈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만약 누락하거나 허위 공시를 하면 과징금을 매기는 등 제재가 필요하다"며 "독립된 외부감사기관을 통해 ESG경영에 대한 허위보고가 있는지 감사보고서를 만들도록 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감사도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한성 한국ESG경영개발원 대표원장은 "임원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갖고 임원 중심의 실행력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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