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업까지 협력 확대"…인니 시장 공들이는 재계 총수들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5.04.21 11:14 / 수정: 2025.04.21 11:14
신동빈 롯데 회장, 조만간 경제사절단 이끌고 인니 방문
구광모 LG 회장·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인니 공략 속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제사절단의 단장을 맡아 주요 기업인들과 28~29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다. /더팩트 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제사절단의 단장을 맡아 주요 기업인들과 28~29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총수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구 대국이자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확대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인도네시아에 방문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경제사절단의 단장을 맡아 주요 기업인들을 이끌고 현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하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투자부, 산업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과도 만나 주요 산업 분야의 협력, 정책적 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사절단은 인도네시아 신정부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꾸려졌다. 지난해 10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10년 임기가 끝나고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새로 취임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신정부 출범 후 양국 교류가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뜻을 모아 선제적으로 민간 차원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이번 사절단의 목표"라며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도 적극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정부 출범에 따라 민간 차원의 별도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등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 잠재력이 높은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베트남과 함께 한국 기업의 주요 사업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인구(약 2억8000만명)가 4번째로 많고 니켈 세계 1위, 코발트 세계 2위 생산량의 자원 부국이다. 한국과의 교역 규모는 205억달러(약 29조원) 수준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러한 인도네시아 시장을 각별히 챙겨왔다. 롯데마트를 통해 지난 2008년 첫 진출했으며, 이후 현지 투자를 지속 확대해 점포를 50개 수준으로 늘렸다. 201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복합쇼핑몰 롯데쇼핑 에비뉴점을 여는 등 백화점 사업 비중도 확대했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롯데쇼핑 인도네시아 법인 매출(지난해 기준 1조1219억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도 벌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케미칼(롯데케미칼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약 5조200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찔레곤시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3년 9월 진행된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23년 9월 진행된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인도네시아를 글로벌 거점 중 하나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재계 총수는 신동빈 회장뿐만이 아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현지 사업 확대에 힘을 주고 있다. LG그룹은 일찌감치 인도네시아를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지난 1990년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생산하는 합작 공장을 설립한 뒤 주요 계열사들을 차례로 진출시켰다. 자카르타 서부에 있는 찌비뚱에서 LG전자 연구개발(R&D)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구광모 회장은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잠재 시장인 인도와 중동·아프리카 사업 현장을 찾았는데, 잠재력과 아시아권 생산 거점으로서의 역할 등을 고려한다면 인도네시아 시장에도 지속해서 관심을 쏟을 전망이다. 구광모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배터리의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와 추진하던 약 11조원 규모 프로젝트가 최근 무산됐으나, 기존 합작법인(HLI그린파워)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인도네시아 내 사업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인도네시아에서 협력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 특히 '수소에 진심'인 정의선 회장은 수소 생태계 조성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구체화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 및 국영 에너지 기업 페르타미나 홀딩스와 함께 인도네시아 W2H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 운영 중인 수소 생산 실증 모델을 해외로 확장한 첫 사례다.

신동빈 회장과 구광모 회장,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3년 9월 진행된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기업인들과 만나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한국 기업인 대표를 맡은 정의선 회장은 "한국의 많은 기업이 IT, 전기차 생태계, 의료, 전력 인프라,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도네시아의 미래와 함께할 예정"이라며 "양국 경제 협력은 미래 첨단 분야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지역 내 핵심 파트너 국가로 꼽힌다"며 "몇몇 기업의 경우 주력 사업이 이미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다.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점차 확대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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