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제동 걸린 유증 계획…한화에어로 대체 뭐가 문제?
  • 최의종 기자
  • 입력: 2025.04.21 10:45 / 수정: 2025.04.21 11:19
의사 결정·자금 용처 등에 '디테일' 부족…이사회 독립성 '지적'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융감독원의 잇단 제동에 유상증자 당위성을 보강하고 자금 사용 등에 대한 디테일을 채워 3수에 성공할지 관심이다. 한화그룹이 지분을 매입한 호주 오스탈의 서호주 헨더슨 조선소 전경. /오스탈 누리집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융감독원의 잇단 제동에 유상증자 당위성을 보강하고 자금 사용 등에 대한 '디테일'을 채워 3수에 성공할지 관심이다. 한화그룹이 지분을 매입한 호주 오스탈의 서호주 헨더슨 조선소 전경. /오스탈 누리집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획에 금융감독원이 재차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당위성 등에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한화에어로가 당위성을 보강하고 자금 사용 등에 대한 디테일을 채워 3수에 성공할지 관심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지난 8일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신고서에 대해 금감원이 17일 정정 요구한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8일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며 1차 발행가액 확정일을 이날로 제시했으나 거듭 정정 요구를 받으면서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정정신고서를 요구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8일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하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세 아들이 지분율 100%로 보유한 한화에너지 등 3개 사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며 정정신고서를 냈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난 17일 재차 정정신고서를 요구했다. 결국 구체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구애 없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라며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기재돼야 하고 주주 소통 절차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당위성을 글로벌 방산 시장 격변으로 풀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를 올리라고 압박하면서, 유럽연합(EU)은 국내 방산 업체에 기회로 떠오른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역외기업을 배제하는 방산 블록화로 '현지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화에어로는 8일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한화에어로가 지난 2월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한 배경도 글로벌 수주를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여윳돈을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사용하고 투자금은 주주에게 손 벌렸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호주 신형 호위함 사업에서 한화오션이 참여했으나 일본과 독일 업체에 밀리며 국내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과 함께 나란히 탈락한 점을 이유로 거론했다. 국내 업체 협력 부족 지적도 있으나, 한화오션에 대한 한화에어로 지배력이 크지 않아 탈락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회계상 선수금이 부채로 계상돼 급격한 사업 성장으로 부채 규모도 함께 증가하면서 자금 확보가 제한적인 점도 유상증자 당위성으로 꼽았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전략총괄 사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미래 비전 설명회를 열고 유상증자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한화그룹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전략총괄 사장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미래 비전 설명회를 열고 유상증자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한화그룹

한화에어로는 3조6000억원 용처도 천억원 단위로 설명했다. 오는 2028년까지 주주배정 유상증자(2조3000억원)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1조3000억원)에 영업현금흐름과 회사채 발행, 차입 등(7조5000억원)으로 확보한 1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유럽·사우디아라비아 방산업체 합작법인(JV) 지분 투자와 해외거점 확보에 6000억원, 미국 현지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1조원, 모듈라 추진장약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6000억원, 사업장·설비 운영 투자에 1000억원 투자 등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확보한 2조3000억원을 투입한다고 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확보한 1조3000억원은 무인기 엔진·체계 시장 진입을 위해 3000억원, 항공우주 관련 설비 투자 등에 2001억원, 해외 조선소 지분 투자에 8000억원 등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는 금감원을 설득하기 부족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거듭 제동을 건 배경은 자금 사용 구체성을 요구한 것이라고 본다. 유증 규모를 축소하고 한화에너지 등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의사 결정 방식과 이에 따른 주주 등 영향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화 측은 1조3000억원을 투입해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했다가 한화에너지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다시 되돌렸다고 주장하지만 이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충분한 소통이 있었는지 등을 따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상법 개정안(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 의무 확대) 필요성이 강화됐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는 의견도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사외이사까지 일반 주주를 위한 독립적 판단을 하지 못해 금감원이 나선 상황이다.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하니 주주 권익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한화는 현금을 어떻게 창출할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는 주주 가치 제고를 최고 덕목으로 삼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2023년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처음 진입한 의장 안병철 전략부문 전략총괄 사장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계획에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지금보다 많이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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