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우지수 기자] 네이버가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 컬리와 전략적 협업에 나선 가운데 쿠팡 독주 체제로 굳혀지는 이커머스 업계 구도가 재편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컬리의 협업은 이커머스 서비스 고도화를 겨냥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추천과 검색광고·결제 시스템을 앞세운 네이버와 신선식품·새벽배송에 강점을 가진 컬리가 손을 잡은 것이다. 네이버는 쇼핑 거래액 기준 쿠팡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최근 커머스 전용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별도 출범시키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는 지난 18일 업무제휴를 맺고 네이버의 신규 커머스 플랫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 상품을 입점시키고 고객 서비스를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구현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멤버십, 결제, 퀵커머스 등 연계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 측은 "단순 입점이 아닌 형태로 구현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협업은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네이버는 검색·결제·AI 기술을 기반으로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지만 직접 물류망은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 상대적인 약점으로 거론됐다. 컬리는 상품 큐레이션과 새벽배송 시스템을 갖췄음에도 자사몰 중심 구조로 외부 유입 채널이 적었다.
네이버는 협업을 통해 신선식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을 활용해 배송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현재 오늘·내일·새벽배송 외에도 1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지금배송' 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컬리는 '샛별배송'을 중심으로 신선식품 물류망을 구축했다. 컬리는 네이버라는 대형 플랫폼을 통해 정체됐던 월간 이용자 수(MAU) 확대를 노릴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컬리 애플리케이션(앱)의 MAU는 339만명으로 같은 달 네이버 앱의 MAU 4392만명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업이 쿠팡과의 전략적 차별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은 직접 운영 체계인 풀필먼트망을 바탕으로 상품 소싱부터 배송, 고객 관리까지 일원화 구조를 운영 중이다. 반면 네이버는 직접 인프라 구축 없이 외부 파트너와의 유연한 연결 구조로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협업은 이커머스 업계의 재편 흐름 속에서도 의미가 있다. G마켓과 알리바바 합작법인 설립,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 등 연합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네이버는 컬리 지분 인수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공개(IPO) 재추진을 염두에 둔 컬리에게도 이번 제휴는 외형 성장을 견인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이버와 컬리의 연합이 쿠팡처럼 일체형 서비스로 구축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직매입 구조를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과 통합 서비스 측면에서는 아직 쿠팡을 직접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재고 관리부터 배송, 고객 응대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자체 시설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 비교적 일관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다양한 외부 파트너와 협력하는 네이버는 일부 서비스에서 판매자나 물류사에 따라 고객 경험에서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AI와 결제, 이용자 수에 강점을 가졌지만 물류는 약점이었고 컬리는 신선식품과 물류에 강하나 외부 유입 경로가 약했다"며 "두 회사 협업은 서로의 보완재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풀필먼트 중심의 쿠팡 모델과 달리 플랫폼 연계형 구조가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는 시장 반응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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