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부가 산불 대응과 통상 전쟁 대응, 인공지능(AI) 경쟁력 확보, 민생 회복 지원 등을 위해 총 12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2025년 추경안이 1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추경안의 분야별 규모는 △재해·재난 대응 3조2000억원 △통상·AI 지원 4조4000억원 △민생 지원 4조300억원 등이다.
정부는 우선 재해·재난 대응에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조4000억원은 영남권 산불 피해 지역의 복구와 회복을 위해 투입된다.
부처 재난·재해대책비는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피해 주민 대상 주택 복구(400호) 용도 저리 대출과 피해 지역 인근 신축 매입 임대(1000호)에 2000억원을 지원한다. 또 산불 피해 지역 지방채 2000억원을 인수해 지방재정을 보강한다.
재난·재해 예방·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도 1조7000억원을 반영했다.
AI 감시카메라, 고성능 드론 등 첨단 장비를 도입해 사전 탐지 역량을 강화하고, 산림헬기(6대)와 다목적 산불진화차(48대), 산림인접마을 비상소화장치(1199개소) 등을 확충해 진화 역량을 높인다.
산불 진화대의 위험수당(월 4만원)을 신설하고 보호장비 일제 교체(1만5000명분)와 현장 출동인원 회복 차량 도입(5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진화 인력의 신속한 투입을 위한 산불진화임도, 간선임도 투자는 2배 수준(1008억원)으로 확대한다. 이번 산불 추가 복구 소요와 여름철 태풍, 집중 호우 등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예비비는 1조4000억원을 늘렸다.
제주항공 사고로 불거진 공항 안전과 관련해선 총 2543억원을 들여 전 공항에 활주로 이탈 방지 장치 설치, 방위각 시설 보강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추경안에는 올해 예산인 433억원을 편성했다.
또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싱크홀 사고 방지를 위해 노후 하수관로·도로 보수 비용으로 1259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 관세 피해 기업에 금융 자금 25조원 확충…AI 생태계 혁신에 1조8000억원 투입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등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4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우선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피해를 본 기업, 수출 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1조8000억원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1조8000억원 중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을 통한 특별자금 25조원을 확충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신보·무도 등에선 미국의 상호관세로 피해를 본 기업에 저리 대출 15조 원을 공급하고, 중소·중견 기업 특례보증과 조선업 RG 등 수출 유망분야 보증보험으로 10조2000억 원을 공급한다.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는 수출바우처 지원 물량을 지금의 3290개 사에서 8058개 사로 2배 이상 늘린다.
최근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 등으로 공급망 불안이 우려되는 6개 핵심 광물을 비축하기 위해 2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통상 위기로 인한 고용 불안 우려에 대비해 '고용유지 지원금'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인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AI 생태계 혁신에는 총 1조8000억 원을 투입한다.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위해 1조5000억원을 들여 올해 최신 고성능 GPU를 1만장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석박사급 이상 인재 양성 규모를 현재 연 1650명 수준에서 연 3300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반도체 산업에는 5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조상을 앞당기기 위해 전력망 지중화 사업(사업비 총 1조8000억원)의 기업 부담은 70%를 국비로 지원한다. 이번 추경안에는 올해분 1000억원을 편성했다.
공급망 안정 품목과 전략물자를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소재·부품·장비 투자보조금을 신설해 입지·설비 신규 투자 규모의 30~50%를 지원한다.
◆ 크레딧·상생페이백 신설로 소상공인 지원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서 총 4조3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한다. 이 중 소상공인 비용 부담 경감을 위해 예산 2조6000억원을 마련했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소상공인 311만명에는 영업비용 경감을 위한 최대 50만원 규모의 크레딧을 지원한다. 창업 초기·신용 취약 소상공인 2만명을 대상으로 융자 5000억원을 확대하고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정부 출연을 3000억원 늘려 보증여력을 2조원 보강한다.
특히 중신용(4~7등급)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1000만원 한도 신용카드 발급이 허용된다.
소비자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자에게 전년 대비 카드 사용을 늘리면 증가액의 20%, 최대 30만원을 환급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공공 배달앱을 2만원 이상 3번 주문할 경우 1만원 할인을 진행한다.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사용액의 10%를 환급하는 행사도 연다.
저소득 청년·대학생, 최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정책자금 2100억원을 추가 공급한다. 임금체불 근로자를 위해선 체불임금 국가 대지급금의 지원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1%포인트 가량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필수추경은 산불 피해 등 재해·재난, 통상 및 AI 경쟁력 강화, 민생 회복 및 안정이라는 우리 경제의 시급한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추경 외에도 필요한 경우 기금 변경 등 추가 재원 보강 방안도 지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엄밀하게 따져봐야 하겠지만, 이번 추경으로 0.1%포인트 정도의 경제성장률 상승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