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피한 '보류지' 몸값 오른다
  • 황준익 기자
  • 입력: 2025.04.18 10:22 / 수정: 2025.04.18 10:30
실거주 의무 없어 '갭투자' 투자처로 급부상
잠실·반포 등 신축 단지도 보류지 매각 대기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자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보류지가 주목받고 있다. /황준익 기자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자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보류지'가 주목받고 있다. /황준익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자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보류지'가 주목받고 있다. 실거주 의무가 없어 사실상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몰리자, 보류지 몸값도 오르는 추세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7단지 재건축(고덕 롯데캐슬베네루체) 조합은 최근 보류지 3가구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면적별로 전용 59㎡ 2가구, 전용 122㎡ 1가구이다. 최저입찰가는 59㎡ 12억6000만원, 122㎡ 20억5000만원이다. 매각 방식은 최고가 공개경쟁입찰이다. 최저입찰가 이상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받는다. 입찰 기한은 오는 23일까지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앞으로 조합원 수 변화, 사업비 충당 등에 대비해 일반분양하지 않고 유보해 놓은 물건을 뜻한다. 전체 가구 중 1% 이내로 남겨 둘 수 있다.

최저입찰가는 조합이 정할 수 있는데 통상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된다. 하지만 보류지는 토지거래허가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고덕7단지의 경우 이번이 8번째 보류지 매각인데 최저입찰가는 2021년 12월 13억원(59㎡)에서 12억6000만원으로 낮춘 이후 그대로다. 높은 최저입찰가로 유찰이 이어졌지만, 이번 매각에서 조정은 없었다. 강동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서 제외되며 강남3구 대체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단지 보류지도 몸값을 올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메이플자이) 조합은 이날까지 보류지 29가구에 대한 매각을 진행한다. 강남3구와 용산구 토허제 적용 이후 첫 보류지 매각이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은 보류지 최저입찰가를 전용 84㎡ 1가구는 45억원, 59㎡ 28가구는 35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2월 분양 당시 59㎡가 17억원대임을 고려하면 약 2배 높은 가격이다.

메이플자이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실거주 의무가 없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다"며 "조합에서는 수익으로 이어지는 만큼 보류지 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진행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보류지 매각의 경우 전용 39㎡ 3가구 최저입찰가가 11억원이었는데 모두 평균 13억원대에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39㎡ 보류지 최저입찰가가 12억원에도 유찰된 것을 고려하면 토허제 제외에 따른 집값 상승세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류지 몸값이 오르면서 올해 하반기 입주를 앞둔 청담르엘(보류지 28가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6가구) 등도 보류지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보류지 매각이 유찰된 래미안원펜타스도 재매각에 나설 전망이다. 당시 59㎡ 기준 최저입찰가가 35억원에 책정돼 시세랑 큰 차이가 없었다. 반포는 이번에 처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의 보류지 경우 일반 매매와 달리 갭투자도 가능해 자금 융통이 가능한 사람들에게 투자처로 관심받고 있다"며 "서울 주요 지역 대규모 아파트 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전세 선호 현상에 따른 전세금 상승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plusik@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