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공미나 기자] 한국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곳의 시공권을 두고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시공사 선정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전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2구 재건축 조합은 오는 6월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9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이다. 아직 시공사 입찰 공고도 나오지 않은 시점이지만 벌써부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이 각종 방해 공작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건설은 최근 압구정2구역 인근에서는 현대건설 직원을 사칭한 남성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 남성은 현대건설 올해 초부터 가짜 명함까지 만들고 현대건설 직원 행세를 하며 인근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남성은 부동산에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에 큰 관심이 없다"는 등 거짓 정보를 퍼뜨린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현재 이 남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압구정 현대' 상표권 출원도 발목이 잡혔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압구정 현대'의 한글과 한자를 혼용해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했는데, 제3자가 이를 막기 위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상표권 관련 이의신청이 법적 지식이 요구되는 복잡한 절차인 만큼 개인이 진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압구정 아파트 지구는 24개 단지 1만여 가구 규모로, 6개의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이 중 현대아파트는 14차, 83개 동, 총 6335세대를 차지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연식이 오래됐으나 여전히 국내 최고급 주거지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다.
이 중 압구정2구역은 1982년 준공된 신현대 9차·11차·12차 3개 단지로 구성됐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압구정 6개 구역 중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한강 변 단지와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초역세권인 데다 한강공원·현대백화점 등이 도보권에 있어 뛰어난 입지를 자랑한다.
이곳은 재건축을 통해 최고 65층, 2571가구(임대주택 321가구 포함)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추정 공사비만 무려 2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우수한 사업성을 자랑하고 지역이 상징성도 있기에 압구정2구역을 노리는 건설사들도 많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용산 한남4구역에 이어 맞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두 건설사는 이미 압구정2구역 수주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재건축영업팀'을 운영 중이며, 삼성물산 역시 압구정동 수주를 위해 전담 TF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민들은 '압구정 현대'에 거주한다는 자부심이 큰 만큼 이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 현대건설이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반대로 최근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승리하고 정비사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물산도 우위에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재건축은 많은 건설사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인 만큼 2구역을 비롯해 여러 구역에서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