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혜승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원자력 사업 담당 인력 채용에 나서며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 사업인 정유와 석유화학 부문이 부진을 겪으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행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평소 SMR 투자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채용 홈페이지인 SK커리어에 '원자력 사업개발 및 인허가 포지션 경력 채용' 공고를 냈다.
모집 분야는 원전 사업개발과 원자력 인허가 등이다. 지원 자격은 해당 분야 경력 7~15년이다. 향후 원자력 발전소 사업 개발 및 입찰 업무와 글로벌 파트너를 포함한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협상 업무를 맡는다. 또 원전과 SMR 발전사업 인허가 심사를 비롯해 대관 업무도 수행한다. 우대 조건에 SMR과 대형원전 개발 또는 인허가 심사·대응 경험자를 명시했다. 기존 협력사인 미국 테라파워의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아닌 자체 인재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SMR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일찌감치 원전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SMR 설계기업인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진행한 테라파워 4세대 SMR 실증단지 착공식에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 김무환 SK㈜ 그린부문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채용은 SK이노베이션 내에 원자력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배치해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SMR 시장에 대응하려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MR 시장이 최근 주목받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크다 보니 이에 대응하려는 차원에서 이번 채용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크기를 100분의1 수준으로 줄인 '미니 원전'이다. 크기가 작고 필요한 전력에 맞게 소규모로 제작해 블록 연결 방식으로 설치할 수 있어 효율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냉각수로 물을 사용하지 않아 운영비도 아낄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보글 3·4호기 건설 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지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SMR 부지 선정, 국가원자로혁신센터 설립 등 SMR 정책에도 적극적이었다. 선거 공약을 담은 공약 패키지인 아젠다47에도 기존 원전 이용 확대, 선진 원자로 개발 등의 내용이 탑재돼 있다.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2030년까지 SMR 발전소를 최소 10기 이상 새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등 기존 핵심 사업 부문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을 두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8% 줄어든 199억원으로 예상돼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를 밑돌 전망"이라며 "정유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정유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에너지원을 통한 사업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전력 수요도 증가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MR 투자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SK AI 서밋'에서 "SK가 2022년 투자한 테라파워는 최근 AI 데이터 센터 수요의 대응을 위해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전력원인 SMR을 설계하는 기업"이라며 "SMR은 기존의 원전에 비해 안정성과 경제성이 높고, 탄소 배출이 없어 대규모 전력 수요 대응에 이상적인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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