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보험사 인수 의지를 피력했다. 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국내 증권사 실적 1위라는 실적을 냈지만 그룹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데다 경쟁사와 달리 보험 계열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수익원 확보가 제한적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수 물망에 오른 BNP카디프생명보험(카디프생명)이 적자 경영 중인 데다가 시장 매물에 나와 있는 유수의 보험사보다 자산이나 사업 규모가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김 회장의 숙원이던 보험사 인수가 자칫 한국금융지주의 주주가치 하락은 물론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삼정KPMG를 실사 자문기관으로 선정하고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 오너인 김 회장이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 이후 취재진을 만나 보험사 인수에 관한 질문에 "보험사 인수를 최대한 서두를 것"이라며 "여러 가지 대안을 두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보험업 진출 의지는 지난 2023년부터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KDB생명의 투자설명서를 받아 간 바 있고, 같은 해 한화생명 산하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1000억원대 투자를 단행하는 등 보험사 출범을 위해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보험사 인수를 노리는 배경은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종합금융그룹사로 도약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와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등 금융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 투자사업도 영위하고 있으나 보험업은 없는 상태다.
아울러 한국금융지주처럼 비은행 금융지주사인 메리츠금융지주나 한국투자증권의 경쟁사 미래에셋증권 등도 모두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어 사업 구조적인 측면에서 뒤처진다는 일부 평가도 김 회장이 보험사를 출범하고자 하는 의지로 비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생명 등 보험사를 통해 증권사 투자 상품과 연계한 상품을 운용 중이다.
특히 김 회장이 직접적으로 보험사 인수 의지를 언급했기 때문에 이르면 연내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업을 신규 사업에 등록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가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한 카디프생명을 비롯해 우리금융지주가 점 찍어둔 동양생명과 ABL생명, 연이 있던 KDB생명 등 시장 매물로 있는 생명보험사들에 베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물 중에서는 카디프생명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카디프생명의 최대주주(85%)인 프랑스계 BNP파리바가 한국 시장 철수 방침과 함께 시장에 먼저 매물로 내놓았고, 자산 규모도 중소형사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보험사의 자산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이 지난해 말 기준 당국의 권고 수준인 150%를 훌쩍 뛰어넘는 300%를 넘어서는 등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한국금융지주의 입맛을 돋게 한다
다만 발목을 잡는 것은 카디프생명의 오랜 적자 경영이다. 카디프생명은 지난 2019년 58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후 지난해까지 6년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25억원으로 2023년(-208억원) 대비 적자 폭을 축소했으나 자산 규모 역시 1조원(1조542억원) 초반대로 줄어들면서 수익성을 내기 위한 공격적인 신규 투자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금융지주 역시 "특정 회사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고 있진 않다"며 카디프생명 인수설을 부인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국금융지주가 카디프생명의 악화한 수익 지표가 오히려 헐값에 사들일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수 후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대기업 품에서 한국투자증권과 시너지를 발휘해 시장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동종업종 경험은 없지만 안정적 금융지주사 체계를 마련해 놓은 한국금융지주가 적자 중인 회사의 인수자로 나선다면 인수 성사가 유력하다. 시장에 오랜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한 보험사들이 매물로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는 회사가 나온다면 당국 승인 가능성도 높은 편"이라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면 다른 생명보험사나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