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대선 코앞 5월에 기준금리 발표 "중립적 결정할 것"[일문일답]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4.17 15:21 / 수정: 2025.04.17 15:31
금통위원 6명 중 5명 "당분간 금리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기준금리 결정 시점이 조기 대선 직전인 점을 언급하며 "가급적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7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고 불확실성 해소가 지체되면서 내수 경기가 매우 부진했다"며 "당분간 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하반기에는 많이 해소됐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올해 1월 금리를 동결한 뒤 2월에 다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 총재는 이날 동결 배경과 관련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물가와 성장 등을 봤을 때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정책 불확실성, 금융안정, 자본 유출입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금리 결정에 대해 신성환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연간 성장률의 추가 하향 가능성도 언급했다. 1분기 성장 부진을 감안해 종전 전망치인 1.5%를 밑돌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12조원 규모 추경에 관해서는 연간 성장률을 0.1%포인트 가량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1분기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지 몰랐고, 정치 불확실성이 오래 갈지도 몰랐다"며 "미국 관세 충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전망치가) 애초 예상보다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성장률이 어느 정도 조정될지는 향후 무역협상의 진행으로 국가별 최종 관세가 어떻게 결정될지, 추경은 언제 어떤 규모로 편성될지, 정치 불확실성 완화로 경제심리는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서 아직 예단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환율 변동성과 관련해 "환율의 경우에도 단기간에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위원님들의 3개월 금리 전망을 말씀해달라.

이번 금통위에서 신성환 위원이 소수의견을 냈다. 신 위원은 물가와 성장만 보면 큰 폭의 금리인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가계부채와 환율을 우려할 만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기 둔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나머지 5명의 다수 의견은 성장과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이미 통화 정책이 인하 기조에 있고 여러 정책 불확실성과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 비유하자면 미국 관세정책으로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 어두운 상황에서는 스피드를 조정하면서 좀 더 밝아질 때를 기다리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금리를 동결했는데 이같은 불확실성으로 동결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세한 견해는 2주 후 의사록을 통해 공개하겠다.

-신성환 위원이 '큰 폭의 인하'를 언급했는데 환율이나 금융상황이 진정되면 현재 성장률 추이를 고려했을 때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현재 1분기 경기하방 속도와 관세영향을 보면 5월 경제성장 전망이 생각보다 많이 나빠질 수 있지 않겠나. 부동산이나 환율 우려가 사라지면 빠른 속도로 갈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의미에서 큰 폭이라고 말했다.

-5월 경제전망에서 2월(1.5%)보다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하회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를 고려해도 대중국 관세율, 품목별 관세율, 10% 기본관세를 봐서는 2월 전망 시나리오나 너무 낙관적이지 않았나 싶다. 5월 전망치에는 영향을 더 크게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아직은 하향 조정폭이 정해지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지난 2월에 올해 총 2~3회로 언급했는데 성장률 추이를 고려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나.

올해 최종 금리 수준과 어떤 속도로 갈지는 경제 여건에 달려있다. 5월 성장률 전망치가 확정될 때 기존 견해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늘리려고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늦추면 우리도 제한되는 것 아닌가. 오늘 새벽에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 관망하겠다고 했는데.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는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미국과 기계적으로 금리차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 2023년 넘어서는 디커플링(상관관계 약화)이 있어 왔다. 한미 금리차에 따른 환율 영향도 같이 고려하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한국 금리를 낮추는데도 영향을 받기는 할 거다. 하지만 금리 결정 당시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을 볼 것이다.

-한은에서는 15조~20조원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현재 12조원이 논의되고 있다. 추가적인 재정정책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지.

1분기에 중앙은행 총재로서 추경 여부와 규모를 언급한 것은 비상계엄 이후 경기가 안 좋아진 상황에서 경기부양책까지 발표가 안 되면 해외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나쁘게 나오는 것을 미연에 막았으면 해 예외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지났기 때문에 총재가 규모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경기가 나빠질 때 통화정책만 가지고 하기는 어렵다. 재정정책만 가지고 하기도 어렵다. 양쪽이 어느 정도 공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2조원 추경 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고 있나.

한은에서는 12조원 추경을 하게 되면 0.1%포인트 정도 경제회복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10조원 추경 시 경제성장률 0.5%포인트 상승을 예상한 보고서(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팀)도 한은 견해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숫자가 너무 높지 않나 보고 있다.

-환율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1400원대다. 불확실성 때문에 변동성도 심하다. 향후 변동성이 축소되기 위해선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는지.

변동성이 줄어들려면 가장 중요하게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여기에는 미·중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수용 및 보복 여부도 포함된다. 두 번째는 관세정책이 미국 인플레이션이나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그래서 통화정책이 어떻게 갈지에 따라서 달러인덱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세 번째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아직 영향이 남아 있다. 그게 얼마나 빨리 해소될 거냐에 따라 변동폭도 축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인하를 열어뒀다는 점에서 5월 인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선 직전인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 컨센서스가 있는 상황이라면 지금 시그널을 명확히 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한은은 정치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 데이터만 보고 결정하려고 하고 있다. 선출된 권력인 정부보다는 정치적으로 더 자유로울 수 있고 그 임무를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급적이면 정치적으로 안 보이게끔 뉴트럴하게 하도록 노력할 거다. 선거 일주일 전에 금통위를 여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미리 얘기하면 더 편하지 않느냐 하는 게 미리 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또 남은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금통위원과 한은은 정치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 데이터만 보고 판단해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으로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로 내려오긴 했는데 위안화 및 엔화는 절상이 빠르게 되는 반면 원화는 더딘 측면이 있는데.

우리나라 환율이 달러인덱스가 절상될 때는 같이 많이 또는 더 많이 절하되다가 최근 들어서는 왜 그렇게 속도가 좀 더디냐는 저희도 지금 많이 보고 있다. 첫 번째로는 절하가 많이 될 때는 국내의 정치 불안도 영향을 미쳐서 1400원 초반에 있던 환율이 계엄 발표 이후에 1460~1470원까지 올라간 상태였고 정치적인 불안이 있어서 많이 못 내려왔다. 이제 절상되는 국면에서는 한국은 지금 중국과의 교역 관계가 더 많이 연결돼 있고 수출도 다른 나라보다 더 연결돼 있는 의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 행정부 관세정책에 대해 영향을 같이 많이 받는 나라라고 생각된다. 정치적인 안정성이 완벽히 원래 상태로 돌아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덜 내려오는 것 같다. 현 수준을 경제모델로 돌아보면 펀더멘탈보다는 조금 더 절하된 상황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정치적 상황이 좀 안정되면 더 내려올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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