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글로벌 관세전쟁 여파에 더해 달러 강세와 엔화 상승까지 겹치며 항공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수익성의 핵심이던 일본 노선 비용 부담이 커지고 수요까지 위축됐다. 화물 시장 역시 관세 정책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업계가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1~3월) 매출 3조9559억원, 영업이익 35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9.6% 감소한 수치다. 항공기 감가상각비, 정비비 증가 외에도 환율 상승에 따른 조업 단가 인상 등 전반적인 비용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항공업계는 항공기 리스료, 연료비, 부품 정비비 등 대부분의 운영비가 달러화로 지급돼 환율에 민감하다. 대한항공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350억원의 외화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비용 항공사(LCC)는 항공기 리스 비중이 높아 환율 부담이 더 크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화물 수요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항공 화물 물동량은 전년 대비 6% 감소할 전망이다. 운임이 일시적으로 오르더라도 글로벌 전자상거래 둔화와 단위 원가 상승이 맞물리며 수익성에 부담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하나증권도 대한항공의 화물 매출이 줄어들 우려가 크다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분기 IR 자료를 통해 "시장 변화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과 적기 대응으로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있다"며 "수요에 연동한 탄력적 노선 운영, 신규 화주 및 품목 개발, 노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2분기에는 계절성 수요가 높은 신선 화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반도체 장비, 서버, 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에 집중해 수익 제고를 추진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자상거래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고객사와 협력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노선도 흔들…엔화 부담에 여행 수요 위축
최근 100엔당 원화 환율이 1018.53을 기록하는 등 엔화 상승에 따른 일본 여행 수요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 노선은 전체 국제선 탑승객의 28%를 차지했다. 특히 LCC는 전체 일본 노선 여객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엔저(엔화 약세) 시기에는 낮은 환율과 저렴한 항공 운임이 맞물리며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했지만, 최근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교원투어에 따르면 오는 5월 초 황금연휴 기간 일본 여행 예약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전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여행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일본 공항의 착륙료와 정비비, 지상조업비, 승무원 체류비 등 주요 운영비가 모두 엔화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엔화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단거리 노선 특성상 항공권 가격을 쉽게 인상하기 어려워 수익성 확보에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가격은 환율뿐 아니라 수요·공급, 유류비, 경쟁 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는 만큼 엔화 상승만으로 가격 인상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중심의 공급 구조를 점진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중화권, 동남아, 제주 등으로 노선을 다변화해 수익 기반을 분산하는 전략이다. 특히 LCC들은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며 환율 영향이 적은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장인 근거리 노선의 LCC 여행 수요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해 수익 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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