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복귀에도 귀뚜라미 2년째 적자…난방 실적·기술논란 '이중 위기'
  • 우지수 기자
  • 입력: 2025.04.17 00:00 / 수정: 2025.04.17 00:00
2년 연속 영업적자…지주사 성장세와 온도차
기술유출·법적 분쟁 리스크, 브랜드 신뢰도 타격
귀뚜라미그룹 본업 보일러 사업을 운영하는 귀뚜라미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우지수 기자·귀뚜라미그룹
귀뚜라미그룹 본업 보일러 사업을 운영하는 귀뚜라미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우지수 기자·귀뚜라미그룹

[더팩트|우지수 기자] 귀뚜라미가 창업주 최진민 회장의 지주사 경영 복귀 후에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귀뚜라미홀딩스가 실적 상승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핵심 계열사는 실적 부진과 함께 기술유출 및 특허침해 논란에 휘말리며 복합적인 위기를 겪는 모양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귀뚜라미 창업주 최진민 회장이 지난해 지주사 대표이사로 복귀했음에도 본업인 난방사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4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년(2023년) 대비 손실 폭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도 3220억원으로 5.7% 감소했다. 이 같은 영업손실은 귀뚜라미그룹의 최근 실적과 온도차가 난다. 귀뚜라미홀딩스의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496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 증가하며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주력사업이 아닌 냉방·공조 등 비난방 부문 성적에 힘입은 결과다.

귀뚜라미의 실적 부진은 그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귀뚜라미홀딩스의 주요 매출원이자 최대 자산 보유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귀뚜라미는 지주사 종속기업 총 매출액의 22%, 총 자산의 27%를 차지했다. 본업의 부진이 장기화되면 냉동공조·도시가스 등 신사업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본업 수익성 악화와 함께 기업 이미지도 흔들리고 있다. 귀뚜라미는 하청업체의 보일러 센서 기술자료를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해 9억5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는 귀뚜라미가 하도급 업체에 단가 인하를 요구한 뒤 기술자료를 넘겨받고 이를 중국 업체에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기술 요구, 자료 확보, 경쟁사 이전이라는 전형적인 기술 탈취 구조가 적용된 사례로 중소기업 보호와 관련된 공정거래 관점에서도 중대한 사안으로 분류했다. 기술 탈취 문제는 중소기업의 원천기술 보호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브랜드 신뢰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경쟁사와 법적 분쟁도 진행 중이다.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은 콘덴싱 보일러 열교환기 특허 침해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법원은 귀뚜라미의 일부 모델 판매를 금지했고, 특허심판원은 경동나비엔의 일부 특허를 무효로 판단한 상태로 양사 모두 법적 대응을 이어갈 예정이다.

경동나비엔과의 난방사업 격차도 나는 상황이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1조2469억원, 영업이익 1493억원을 기록했다. 귀뚜라미보다 매출액은 약 4배, 영업이익은 1500억원 이상 차이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경동나비엔이 매출액 67% 성장을 이룬 반면, 귀뚜라미는 15% 증가에 그치며 격차가 벌어졌다.

최진민 회장은 지난해부터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주사로 복귀했다. 이후 귀뚜라미는 북미와 러시아 등 해외 시장 확대와 함께 냉동공조, 도시가스 등 신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등 신사업 추진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 수익성 악화와 기업 윤리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신사업의 성장 동력에도 제약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일러 업계에서는 귀뚜라미의 부진이 국내 보일러 시장 포화, 건설업 불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귀뚜라미가 국내 보일러 수요 감소와 건설 경기 침체로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는 해외 시장이 얼마나 뚫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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