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문은혜 기자] 토종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탑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성통상이 일본 경쟁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부활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탑텐은 유니클로와의 매출 격차를 1000억원 수준으로 좁히며 바짝 따라붙었지만 '노재팬(일본제품 불매)' 분위기 속에서 고전하던 유니클로가 최근 재기에 성공하면서 매출 역전에는 실패했다.
오프라인 매장 수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탑텐이 올해는 유니클로 매출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패션업계에도 고물가 속 가성비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SPA 브랜드가 호황을 누렸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2024년 회계연도(2023년 9월 1일~2024년 8월 31일) 기준 총 1조601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도 매출 대비 15% 증가한 수치로 국내 SPA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은 지난해 약 9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자체 최대 기록을 세웠다. 전년도에 기록한 9000억원 매출 대비 7.8% 증가한 금액이다. 다만 유니클로 매출을 뛰어넘는데는 실패했다.
탑텐은 유니클로가 최근 몇년 간 노재팬 분위기 속에서 고전하는 틈을 타 매출 역전을 노렸으나 역부족이었다. 또한 SPA 브랜드 호황 속에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패션사업 매출의 대부분이 탑텐에서 나오는 신성통상 입장에서는 뼈아픈 부분이다. SPA 브랜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 수를 급격하게 늘리며 시장을 공략했으나 유니클로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탑텐의 오프라인 매장 수는 730개로 4년 전인 지난 2020년(400개)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유니클로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 132개로 탑텐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유니클로와 탑텐의 총 매출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점포 당 평균 매출로 따지면 탑텐이 유니클로에 한참 뒤쳐지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유니클로 외에도 탑텐을 위협하는 요인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스파오', 'NC베이직', '미쏘’와 삼성물산이 전개하는 '에잇세컨즈' 등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무신사, 다이소 등이 SPA 못지 않은 가성비로 무장한 의류를 선보이면서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탑텐에 의존하고 있는 신성통상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신성통상의 패션사업부(수출을 제외한 브랜드 사업) 매출은 6035억원으로 전년 동기(6070억원) 대비 0.6%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7억원에서 482억원으로 2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탑텐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체 실적은 뒷걸음친 것. 신성통상은 현재 탑텐 외에 남성복 브랜드 지오지아, 캐주얼 브랜드 폴햄 등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탑텐을 제외하면 신성통상이 운영 중인 브랜드들이 사실상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때문에 탑텐에 대한 신성통상의 의존도는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