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울남부지법=이성락 기자]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 LG가(家)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의 첫 재판이 열린 가운데, 법원에서 윤 대표와 한 60대 남성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과거 삼부토건 소액주주였던 이 남성은 "윤 대표 때문에 많은 소액주주가 피눈물을 흘렸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상연)는 1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구 대표와 윤 대표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구 대표는 코스닥 상장 바이오 업체 메지온의 투자 정보를 윤 대표에게 미리 제공받아 주식 3만5990주(6억4992만원 상당)를 매수해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윤 대표는 BRV의 최고투자책임자로서 알게 된 메지온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제공해 구 대표가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심을 받는다.
앞서 메지온은 2023년 4월 윤 대표가 이끄는 BRV 산하 BRV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메지온 주가는 하루 만에 16.6% 치솟았으며,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취재진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빠져나가는 윤 대표를 막아선 60대 남성이었다. 백발의 이 남성은 이동욱 씨로, 그는 윤관 대표를 향해 "르네상스호텔(현 센터필드) 매각 당시 불법적으로 돈을 취득하지 않았느냐"며 "너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눈물을 흘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의 과정에서 이 씨와 윤 대표가 서로 부딪히기도 했으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친 윤 대표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차량을 타고 법원을 떠났다.
과거 한일건설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 씨는 삼부토건 주식 약 3%를 보유한 주주였다. 2015년 삼부토건 법정 관리 당시 모든 주식을 잃어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는 게 이 씨의 주장이다. 이 씨가 윤 대표를 겨냥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회사가 망가져 가는 과정에서 윤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대표는 삼부토건과 관련이 있다. 윤 대표는 경기초 동문인 삼부토건 창업주 손자 조창연 씨와 함께 삼부토건의 알짜 부동산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추진했다. 앞서 매각 실패를 거듭한 르네상스호텔은 2016년 부동산 업체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에 인수됐는데, VSL코리아 주요 주주가 바로 윤 대표의 회사 BRV다. VSL코리아는 당시 헐값 매각 반대를 뚫고 르네상스호텔을 6900억원에 인수해 2조원에 되팔며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다.
현재 윤 대표와 조 씨의 관계는 나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조 씨는 빌려준 2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10월 윤 대표를 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조 씨는 호텔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던 2019년 윤 대표에게 5만원권으로 현금 2억원을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씨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은 호텔을 넘길 생각이 없었다. 팔아서 재개발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윤 대표를 앞세운 것이다. 호텔을 회사 자산이 아닌 자신들의 몫으로 하기 위해 불법적인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심지어 윤 대표는 차익 실현 후 3500억~5000억원 정도를 관련자들과 나눠야 했는데, '먹튀'를 해버렸다. 윤 대표는 그 돈으로 국내에서 투자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씨와 윤 대표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윤 대표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린 이 씨는 2018년 항의 차원에서 윤 대표가 일하는 BRV코리아 사무실로 찾아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등 회사 관계자들과 한 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이 씨는 기물파손과 관련해 빌딩 소유주이자 윤 대표의 장모인 김영식 여사와 합의를 보기도 했다.
이 씨는 "윤 대표가 얼마나 불법적인 일을 벌였는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추후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구 대표와 윤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 대표 측 변호인은 "윤 대표가 구 대표에게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하거나, 구 대표로 하여금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도록 한 사실이 없다"며 "이 사건 미공개 정보라고 하는 내용은 2023년 4월 17일 BRV캐피탈매니지먼트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투자하기로 확정됨에 따라 생성된 것이므로 구 대표가 자본시장법의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 대표 측 변호인도 "공소사실과 같이 윤 대표로부터 유상증자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거나 투자를 제안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 최범진 클로버인베스트먼트 대표(메지온 기타비상무이사) 등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재판은 5월 2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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