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혁신' 내건 정진완 우리은행장…쇄신 행보 속도내나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5.04.16 00:00 / 수정: 2025.04.16 00:00
'실력으로 승부'하는 성과 중심 인사문화 강조
'진짜 내부통제'로 위기 회복 전념
취임 100일을 지난 정진완 우리은행장(왼쪽 위)이 조직문화 쇄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취임 100일을 지난 정진완 우리은행장(왼쪽 위)이 조직문화 쇄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인사 혁신'을 내걸었다.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성과 중심 인사문화를 확립하겠다는 포부다. 업계에선 어느덧 취임 100일을 넘긴 정 행장이 쇄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사고로 얼룩진 우리은행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만큼 '진짜 내부통제'로 위기 회복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취임 100일을 넘긴 정진완 행장이 조직문화 쇄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우리은행장에 오른 정 행장은 지난 9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 행장은 1968년생으로 경북대 법학과 졸업 후 1995년 입행해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중소기업그룹 부행장까지 역임했다. 그가 은행권에서 30년 경력의 기업금융 전문가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정 행장의 '인사 혁신'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4일 정 행장의 인사 철학에 따라 인사카드에서 학력과 병역, 출신 지역 등 업무 능력과 연관성이 없는 정보를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인사카드는 직원 인사 관리를 위한 기초 자료로 업무 능력과 자격증 같은 정보 외에도 학력처럼 선입견을 유발할 수 있는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번 조치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성과 중심 인사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정 행장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

정 행장은 자기계발에 나선 직원에 대한 포상은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자기계발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자격증을 새로 취득하거나 사내 직무역량평가 성적 등이 우수한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90만원 포상과 함께 인사상 특별 대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정 행장은 지난 1월 인사카드에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구분을 삭제하기도 했다.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통합해 우리은행이 출범한 이후에도 임원 사이에선 출신별 계파가 존재해 왔다. 이를 과감히 삭제해 철저히 실력과 성과를 중심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의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직원의 성장은 곧 은행의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도 '일 잘하는 직원'의 성장을 최대한 지원하고 노력과 성과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우대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인사정책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행장은 취임 직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현장을 찾으며 발로 뛰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취임 첫날 남대문시장을 찾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를 방문해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 행장은 "고객과 동반성장하는 '상생'은 은행의 존재 이유"라며 "정부 정책에 맞춰 실물경제에 원활한 자금공급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정 행장 인사와 함께 조직 슬림화와 과감한 세대교체에도 나섰다. 조직개편은 당시 취임을 앞둔 정 행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의 조직개편으로 기존 부행장 절반 가량인 11명이 교체되고 본부조직을 20곳에서 17곳으로 줄었다. 신임 부행장 6명 가운데 1971년생도 포함됐다. 은행장과 부행장 사이 존재하던 부문장 제도도 없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1월 2025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해 올해는 외형성장보다 내실을 다지겠다며 고객기반 확보를 통한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1월 '2025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해 "올해는 외형성장보다 내실을 다지겠다"며 고객기반 확보를 통한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정 행장은 올해 외형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며 고객기반 확보를 통한 미래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 행장은 지난 1월 '2025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해 올해 경영목표로 △핵심사업 확장 △미래금융 가속 △고객신뢰 확립 등을 제시했다. 정 행장은 △순환보직 △업무매뉴얼 △휴가 연속사용 등 3가지 축의 균형이 내부통제 강화로 귀결된다고 판단했다. 은행업 특성 상 순환보직이 필수이므로 업무매뉴얼이 확실히 구비된다면 1인의 업무독점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고 업무 선순환을 통해 업무역량도 축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점장들부터 내부통제에 직접 나서야한다는 기조도 반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31일부터 영업현장 내부통제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점장이 직접 금고 관리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지점장은 매월 첫 영업일에 금고를 열고 마지막 영업일에 금고를 닫는데 참여한다.

앞서 올해 1월 정 행장은 취임사에서 '진짜 내부통제'가 되어야만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가 두터워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상적인 금고 업무부터 지점장이 직접 점검함으로써 빈틈없는 내부통제를 실천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업계에선 정 행장이 쇄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올해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해석된다.

중소기업 대출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이뤄낼지도 관심이다. 트럼프발 상호관세 정책은 변수로 꼽힌다. 관세부과에 따른 수출 기업 타격으로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실제 기업대출 위주의 연체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연체율은 0.30%로 전년(0.26%)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기업대출 연체율이 0.32%로 전년(0.24%) 대비 0.08%포인트 증가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28%로 전년(0.27%) 대비 0.01%포인트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행장이) 빠른 쇄신을 통해 은행 내부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고 조직 내부 및 외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실제로 성과 중심의 인사가 이뤄질지는 상반기, 하반기 정기 인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전반적인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해 왔던 만큼 중소기업 대출 리스크 등에 어떤 대비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라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