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리자마자 다시 긴장…'관세 변덕'에 고심 깊은 韓 반도체·전자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5.04.14 11:38 / 수정: 2025.04.14 11:38
트럼프 "관세 예외 없다…반도체·전자제품 살펴볼 예정"
업계 "관세 미리 대응하기 어려워…지켜보는 수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일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와 관련해 예외 없다며 향후 관세가 부과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일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와 관련해 "예외 없다"며 향후 관세가 부과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AP. 뉴시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미국 정부가 앞서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정보기술(IT)기기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바로 이들 품목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오락가락 관세 정책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덕스러운 행보에 대응책 마련과 관련한 한국 반도체·전자 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난 금요일(11일)에 어떤 관세 예외도 발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지난 11일 반도체, 스마트폰, 노트북, 모니터 등 전자기기를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것을 사실상 뒤집고 품목별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초 전자기기를 관세 대상에서 뺀다는 소식에 국내 반도체·전자 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애플 등 자국 빅테크 기업들의 우려를 고려해 한발 물러나면서 국내 기업들 역시 '관세 청구서'를 받아 들기 전 시간을 벌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외 없다"는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재차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제품엔 기존 20% 펜타닐 관세가 적용되며, 단지 다른 관세 범주로 옮기는 것"이라며 "우리는 반도체와 전체 전자제품 공급망을 향후 국가 안보 관세 조사에서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산 전자기기에는 지난 2월과 3월 부과한 20% 관세가 적용되며, 향후 반도체와 함께 품목관세로 전자기기에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이날 ABC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디스 위크'에 출연해 "전자기기 관세 예외 조치는 일시적"이라며 "1~2개월 내 반도체 관세와 함께 부과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CBS 인터뷰에서 "다른 잠재적 관세 버킷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전자기기에 관세를 예외로 두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반도체 관세에 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 내부.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4일(현지시간) 반도체 관세에 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 내부. /뉴시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시장 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카데미 시큐리티즈의 거시 전략 책임자인 피터 티르는 "지금은 어떤 품목에 어떤 관세가 부과되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답답한 지점은 관세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져도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품목의 관세 제외 안내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반대의 소식이 전해진다"며 "미리 무언가를 준비하는 건 불가능하다.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도체 품목별 관세에 관한 구체적인 안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현지 취재진과 만나 반도체 관세에 대해 "월요일(14일)에 답하겠다"며 "매우 구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도 반도체·목재 등 특정 품목에 대해 개별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수입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발표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다른 품목 정도의 관세 부과가 반도체에도 적용된다면 반도체가 들어가는 모든 제품의 가격 인상과 그로 인한 수요 둔화가 연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전 산업군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기기가 새로운 관세를 적용받으면 주요 기업의 추후 실적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업황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스마트폰 등 주요 기기들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중요한 시점에 '관세 리스크'라는 찬물을 맞게 된다. 삼성전자는 관세의 영향권에 들어가지 않은 올해 1분기(잠정치)에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호실적을 달성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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